경쟁사 모두 주춤할 때 나홀로 질주한 현대차·기아. 전기차 주춤한 미국 시장을 하이브리드로 뚫었다.
싼타페, 투싼 등 주력 SUV 모델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판매량 견인하며 역대 1분기 최고 실적 달성.
2026년 4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대부분의 제조사가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현대차와 기아만이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모두가 전기차를 외칠 때, 이들은 다른 길을 걸었다.
경쟁사들이 뒷걸음질 칠 때 현대차와 기아가 질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은 ‘하이브리드’와 ‘SUV’,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읽는 ‘전략’에 있었다.
전기차 빈자리 채운 하이브리드의 역습
현대차·기아의 2026년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총 43만 7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며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 놀라운 성장의 중심에는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었다.
두 회사의 1분기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9만 7,627대로, 무려 53.2%나 급증했다. 특히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47%,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41%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실적을 이끌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대거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린 결과다.
미국인의 마음 사로잡은 SUV 라인업
하이브리드와 함께 성장을 이끈 또 다른 축은 바로 SUV 라인업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현대차에서는 투싼이 5만 5,426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싼타페와 팰리세이드가 그 뒤를 든든히 받쳤다. 기아 역시 스포티지가 4만 4,704대 팔리며 브랜드 내 판매 1위를 기록, SUV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일본차 마저 제친 압도적 성과
현대차·기아의 성과는 경쟁사들의 부진과 맞물려 더욱 돋보인다. 같은 기간 혼다는 4.2%, 스바루는 15%, 마쓰다는 14.4% 판매량이 감소하며 울상을 지었다. 하이브리드의 강자로 불리던 도요타마저 0.1% 감소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와 SUV라는 두 개의 엔진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 500만 대 돌파라는 기록으로 이어지며, 이제는 도요타의 강력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1만 8,086대로 전년 대비 21.6% 감소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매우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기, 발 빠르게 하이브리드 카드를 꺼내든 현대차·기아의 전략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미국 시장에서 통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