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하만 통해 8년 만의 ‘메가딜’, 독일 ZF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 인수
자율주행·AI 핵심 기술 확보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 주도권 잡는다

ADAS - 출처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에 다시 한번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자회사 하만(Harman)을 통해 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이다. 하만은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15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전장 분야에서 단행한 가장 큰 규모의 ‘메가딜’이다. 인수 절차는 내년 중 마무리될 예정으로, 업계는 삼성의 이번 결정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의 눈 ADAS 기술 확보



하만-ZF - 출처 : 삼성전자


이번 인수의 핵심은 자율주행의 ‘눈’과 ‘뇌’ 역할을 하는 ADAS 기술 확보다. ADAS는 차선 유지, 충돌 방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주차 보조 등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 집약적 분야다. 하만이 인수한 ZF의 ADAS 사업부는 특히 전방 카메라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며,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시장 1위로 평가받아왔다.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ADAS의 핵심인 전방 카메라, 컨트롤러 등 주행 보조 기술과 관련 인력, 노하우를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이는 기존 디지털 콕핏(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 중심의 ‘차량 내 경험’ 사업에서 벗어나, 차량의 두뇌와 신경망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핵심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SDV 전환 시대 주도권 잡는다



ZF ADAS 부품 - 출처 : 삼성전자


최근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Defined Vehicle)’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차량의 기능과 성능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결정되는 시대로, 다양한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중앙집중형 컨트롤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만은 자사의 디지털 콕핏 기술력에 ZF의 ADAS 기술을 결합, SDV 시대의 핵심인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ADAS 및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이 현재 약 62조 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189조 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IT 기술력과 하만의 전장 기술, 그리고 ZF의 ADAS 기술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미래 먹거리 M&A 광폭 행보



자동차 전장 예시 - 출처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전장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공조(독일 플랙트), 오디오(미국 마시모)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연이어 단행했다. 올해에만 약 6~7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M&A에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중심으로 IT,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기술을 전장 기술과 융합해 ‘글로벌 전장 1등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카까지 하나로 잇는 초연결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