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싱글이라더니” 멤버 절반이 재혼하며 정체성 논란
한때 화요 예능 최강자, 4년 5개월 만의 씁쓸한 퇴장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포스터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포스터




SBS의 간판 화요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이 4년 5개월의 여정 끝에 막을 내렸다. 한때 분당 최고 시청률 11%를 넘나들며 화제를 모았던 인기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종영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멤버들의 ‘행복’이 있었다.

‘돌싱포맨’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돌아온 싱글’들이 모여 거침없는 입담과 티키타카를 선보이는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같았던 ‘돌싱’ 멤버 중 절반이 재혼하며 기획 의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멤버 절반의 재혼, 흔들린 정체성





가수 이상민(왼쪽)과 방송인 탁재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방송화면
가수 이상민(왼쪽)과 방송인 탁재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방송화면


프로그램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가수 이상민의 재혼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상민은 지난 4월, 10살 연하의 비연예인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깜짝 발표하며 ‘돌싱’ 타이틀을 스스로 반납했다. 오랜 기간 채무를 갚아나가는 모습으로 응원을 받았던 그의 새 출발에 축하가 쏟아졌지만, ‘돌싱포맨’의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공개 열애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코미디언 김준호가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지난 7월 동료 코미디언 김지민과 결혼식을 올리며 ‘품절남’ 대열에 합류했다. 4명의 고정 출연진 중 이상민과 김준호, 두 명이 기혼자가 되면서 ‘돌싱포맨’은 더 이상 ‘돌싱’들의 이야기라고 보기 어려워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기혼 멤버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사랑 얻고 직장 잃었다



제작진은 ‘인생 2막의 이야기로 확장하겠다’며 변화를 꾀했지만, 이미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종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멤버들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준호는 “4년 넘게 달렸는데 우리 중 절반은 행복을 찾았다”며 긍정적인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아직 ‘돌싱’ 신분인 탁재훈은 이상민과 김준호를 향해 “두 분 때문에 프로그램이 끝난 거다. 사랑을 얻고 직장을 잃었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결혼이 이렇게 몸에 해롭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돌싱’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배우 임원희 역시 “앞으로도 사랑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방송화면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방송화면


화요 예능 강자의 쓸쓸한 퇴장



2021년 7월 ‘미운 우리 새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돌싱포맨’은 첫 방송부터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단숨에 화요 예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 네 남자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과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이었던 멤버들의 ‘돌싱’ 서사가 행복한 결혼으로 마무리되면서 프로그램은 동력을 잃었다. 시청률은 점차 하락세를 보였고, 마지막 회는 전성기에 한참 못 미치는 2.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멤버들의 행복 때문에 막을 내린 이례적인 상황은 방송가에 많은 이야기를 남기게 됐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