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홍보하러 나왔다 봉변당한 여배우, 종이 대신 생체 실험 선택한 제작진의 헛발질

런닝맨 안은진 뽀뽀 게임 논란이 거세다. 23일 방송에서 양세찬 신체에 직접 입술 자국을 남기는 게임을 진행하며 게스트에게 불필요한 스킨십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5년 장수 예능 ‘런닝맨’이 시대를 역행하는 낡은 포맷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밥상을 마주하는 황금 시간대에 낯뜨거운 스킨십 게임이 등장해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안은진, 김종국 / 출처 : 런닝맨

과학수사 가장한 변태성 짙은 촉감 놀이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의 주연 안은진, 김무준을 게스트로 초대해 홍보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문제는 홍보를 위한 수단이었다. 제작진이 준비한 코너는 이름부터 민망한 ‘뽀뽀는 괜히 해서’였다.

단순한 추리 게임이 아니었다. 술래인 양세찬의 신체 부위에 입술을 직접 찍고, 눈을 가린 멤버들이 입술의 두께, 촉감, 심지어 냄새까지 맡아가며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예능적 재미를 위한 장치라고 하기엔 과정이 지나치게 원초적이었다. 지석진이 양세찬의 볼에 입술을 비비며 “아빠 냄새가 난다”고 너스레를 떨 때까지만 해도 허용 가능한 개그의 범주였다.
안은진 / 출처 : 런닝맨

“연기하듯 해” 안은진 등 떠민 불편한 몰아가기

분위기는 안은진의 차례에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배우가 남성 출연자의 살에 직접 입술을 대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안은진이 “진짜 해요? 부끄럽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특히 맏형 김종국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주저하는 안은진에게 “연기할 때 뽀뽀하듯이 그냥 하는 건데 뭘 그러냐”며 쿨함을 강요했다. 드라마 촬영장의 합의된 스킨십과 예능 벌칙성 스킨십을 동일선상에 놓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결국 안은진은 등 떠밀리듯 양세찬의 팔뚝에 입술을 갖다 댔고, 양세찬마저 “여러분 이거 게임입니다”라고 수습하려 애쓰는 촌극이 빚어졌다.
양세찬 / 출처 : 런닝맨

시청률 잡으려다 선 넘은 일본식 19금 감성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마치 자극적인 벌칙이 난무하는 일본 심야 성인 예능을 보는 듯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굳이 신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종이에 입술 자국을 남겨 추리하는 등 훨씬 세련된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가장 자극적이고 불쾌한 방식을 택했다.
안은진, 양세찬 / 출처 : 런닝맨
일요일 오후 6시는 미취학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시청층이 가장 넓은 시간대다. 웃음이라는 명분 아래 행해진 시대착오적인 스킨십 강요는 ‘런닝맨’이 쌓아온 15년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됐다. 제작진의 감 잃은 기획력이 애꿎은 게스트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만 남겼다. 

강지원 기자 jw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