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부터 <과속스캔들>까지, 세대 갈등과 화해
쌀쌀해진 날씨, 넷플릭스 등 안방극장서 만나는 뜻밖의 감동
본격적인 11월, 쌀쌀해진 날씨에 절로 리모컨을 찾게 되는 시기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도 막상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특히 8살 아이와 40대 부모가 함께 공감하며 볼 만한 작품은 더욱 그렇다.가족이란 무엇일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혈연관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인연이 끼어들며 그 의미가 확장되기도 한다. 올가을, ‘가족’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형태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을 그린 한국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대가족>: 세대의 벽을 허무는 ‘평만옥’ 만두
서울 종로에서 유서 깊은 만두집 ‘평만옥’을 운영하는 무옥(김윤석 분)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다. 외아들 문석(이승기 분)이 가업을 잇는 대신 출가해 스님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문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무옥 앞에 어느 날 문석의 친자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이 작품은 만두라는 한국적 소재를 중심으로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 어떻게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내는지를 잔잔하게 그린다.
부모 세대에게는 전통과 변화 사이의 고민을, 아이들에게는 ‘뜻밖의 가족’이라는 흥미로운 관계 맺음을 보여준다.
<과속스캔들>: 15년 만의 ‘초고속’ 가족 탄생
잘나가던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 분) 앞에 어느 날 자신을 현수의 딸이라 주장하는 황정남(박보영 분)과 손자 기동(왕석현 분)이 닥친다.
한순간에 딸과 손자를 얻게 된 30대 할아버지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극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8살 아이의 눈높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며, 어른들에게는 갑작스레 닥친 ‘책임’을 통해 서툴게 성장해나가는 현수의 모습이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다.
<미나리>: 낯선 땅, 희망을 심는 가족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자신만의 농장을 일구길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영화의 백미는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윤여정 분)와 어린 손자 데이빗의 관계다.
“할머니는 할머니답지 않다”며 투덜대는 손자와, 그런 손자에게 한국의 미나리 씨앗을 심게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세대와 문화를 넘어선 교감을 보여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의지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은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 가족의 본질임을 일깨운다.
<기적>: 기차역이 이어준 부자(父子)의 꿈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은 없는 외딴 시골 마을. 이곳에 사는 고등학생 준경(박정민 분)의 유일한 꿈은 마을에 간이역을 세우는 것이다.
영화는 준경의 엉뚱하지만 간절한 꿈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무뚝뚝하고 서먹한 아버지 태윤(이성민 분)과의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준경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서툴렀던 부자(父子)가 서로를 이해하고 묵묵히 응원하게 되는 화해의 과정이기도 하다.
따뜻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추운 날씨에 훈훈한 온기를 전한다.
이 영화들은 결국 가족이란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려는 노력 속에서 완성되는 관계임을 말해준다. 이번 주말, 거실에 모여 앉아 웃음과 온기를 나눌 작품을 찾는다면 이 네 편의 영화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