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3개 동시에 움직인다
15호 태풍 ‘찬홈’ 일본 관통 후 동해로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북서태평양에는 13호 태풍 돌핀과 15호 태풍 찬홈, 16호 태풍 페이러우가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세 태풍의 방향은 제각각이다. 돌핀은 이미 중국 쪽으로 이동해 세력이 약해지는 단계에 들어갔다. 중국 상하이 서남서쪽 부근에서 북서쪽으로 이동 중이며 조만간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전망이다.
16호 태풍 페이러우는 괌 북동쪽 먼 해상에서 동북동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면서 13일 오전께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 태풍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15호 태풍 찬홈이다. 찬홈은 11일 오전 일본 도쿄 동쪽 해상에서 서북서진하고 있으며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4m 수준을 보이고 있다.
찬홈의 예상 경로는 일본 열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른 뒤 동해로 진출하는 형태다.
찬홈은 11일 일본 간토 지방에 접근해 혼슈를 통과하고, 12일에는 일본 중부를 지나 독도 동남동쪽 해상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가까워질 무렵에는 세력이 크게 약해져 열대저압부 또는 온대저기압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찬홈이 태풍 상태를 유지한 채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거나 전국을 강풍반경에 넣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처음 예상보다 진로가 서쪽으로 조정된 데다 일본 육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력과 진행 방향이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다고 해도 동해 쪽으로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느냐에 따라 동해안 날씨는 달라질 수 있다.
찬홈의 중심이 한반도를 직접 지나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은 예상된다.
태풍이 일본을 빠져나와 동해로 접근하면 북동풍과 동풍이 강해지고 태풍 주변에 형성된 비구름과 수증기가 동해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12~13일 강원 동해안과 산지,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예상된다.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 산지는 20~60㎜, 경북 남부 동해안과 부산·울산·경남 해안 및 동부 내륙에는 10~40㎜가량 비가 내릴 전망이다.
바다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동해상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물결이 4m 안팎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남해안과 제주 해안에서도 높은 너울이 밀려올 수 있다.
특히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을 경우 “우리 지역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안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먼바다에서 발생한 높은 파도가 해안으로 갑자기 밀려들 수 있어 해수욕장이나 방파제, 갯바위 등을 찾는 피서객은 최신 풍랑·너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근 한반도를 달구던 극심한 폭염도 일단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낮 기온이 며칠 전보다 크게 떨어졌고 밤에도 선선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길게 이어지던 열대야가 중단된 곳이 늘었다.
원인은 태풍 하나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중 고기압’ 구조가 약해진 데다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갈 길이 열린 영향이 크다. 찬홈이 접근하면서 동해안에 동풍과 비가 더해질 경우 해당 지역은 체감 기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번 기온 하락을 곧바로 ‘여름 종료’로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낮에는 여전히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곳이 있겠고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주 날씨의 핵심은 ‘태풍 3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각각 어디로 움직이느냐다. 돌핀은 중국에서 약해지고 페이러우는 먼바다로 이동하는 반면, 찬홈은 일본을 통과한 뒤 동해로 접근한다. 현재로서는 한반도 직접 상륙 가능성은 낮지만 동해안에는 비와 강풍, 높은 파도가 예상되는 만큼 휴가철 막바지 바다 여행객이라면 태풍 경로와 해상 예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