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률 2.8%→50% 대도약 선언...충전·배터리 청사진에도 관세·노동 문제 등 ‘가시밭길’ 예고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을 목표로 한 ‘1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자동차 산업 대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배터리, 충전기, 자율주행 기술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청사진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과 험난한 대외 여건 등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기아 EV9 GT-line (출처=기아)
5년 내 50%? ‘장밋빛 청사진’의 내용
정부의 목표는 야심 차다. 현재 2.86%에 불과한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주요국 수준을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전국에 급속충전기 10만 기를 보급하고, 아파트와 대형마트 등 생활 거점에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핵심 기술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배터리와 자율주행 분야에 연간 1조 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하고, 대구·경북을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으로, 전북·충청을 차세대 전고체배터리 거점으로 키우는 등 지역별 특화 전략도 내놓았다.

아이오닉9(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방향은 옳지만, 현실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돈’ 문제다. 전국에 충전기 10만 개를 설치하겠다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 투자가 지지부진한 현실을 정부 재정만으로 메울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발 고율 관세 문제도 심각한 위협이다. 당장 지난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6%나 급감했다. 정부가 국내 산업을 키우는 동안, 주력 수출 시장이 막혀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출처=기아
방향은 맞지만, ‘실행’이 관건
이재명 정부의 전기차 전략은 기후 위기 대응과 미래 기술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 확보와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청사진도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시장이 정부에 원하는 것은 거창한 목표 제시보다,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세밀하고 지속 가능한 실행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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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