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했던 50% 할인의 추억, 단계적 축소로 사실상 종료 수순

전기차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정부가 2027년까지 혜택 기간을 연장하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할인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대폭 축소하는 ‘채찍’을 함께 꺼내 들었다. 장거리 주행의 쏠쏠한 재미였던 반값 할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전기차 오너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기·수소차 고속도로 할인 연장 (출처=현대차)
전기·수소차 고속도로 할인 연장 (출처=현대차)


‘반값’은 옛말…매년 10%씩 사라지는 혜택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전기·수소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도는 2027년 말까지 3년 더 숨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유료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할인율의 단계적 축소다.

수소차 충전소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수소차 충전소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지금까지 전기·수소차 운전자들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통행료의 절반만 내는 50% 할인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2025년 1월 1일부터 이 할인율은 40%로 줄어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6년에는 30%, 2027년에는 20%로 매년 10%포인트씩 혜택이 사라진다. 사실상 2028년부터는 통행료 감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 셈이다.

300배 폭증한 재정 부담, 결국 칼 뺐다



정부가 이처럼 달콤했던 혜택에 칼을 대기로 한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재정 부담 때문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7년, 연간 감면액은 2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23년에는 무려 626억 원으로 300배 이상 치솟았다.

현대차 넥쏘 충전중인 모습 (출처=현대차)
현대차 넥쏘 충전중인 모습 (출처=현대차)
친환경차 등록 대수가 90만 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9년째 꽁꽁 묶인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만으로는 도로를 유지하고 관리하기가 벅차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더 이상 보편적인 반값 할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엇갈린 희비, 화물차는 2년 더 ‘웃는다’



모든 운전자가 아쉬움을 삼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고물가로 신음하는 물류업계를 위해 화물차 심야 할인 제도는 기존 혜택 그대로 2026년 말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교통량 분산과 물류비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적 배려다.
봉고EV (출처=기아)
봉고EV (출처=기아)
이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초기 시장 육성을 위한 ‘친환경차 지원’에서 고물가 시대의 ‘민생 안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통행료 제도 변경은 대한민국 교통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전기차 오너들에게 당장의 할인율 축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이는 친환경차 시장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단계를 지나 자생력을 갖추는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기댔던 시장이 본격적인 ‘홀로서기’ 시험대에 오른 만큼, 이제는 차량 자체의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의 완성도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