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오조작부터 화재 탈출까지, 확 바뀐 평가 기준 파헤치기
수입차 명성보다 빛난 ‘K-안전’의 저력
가족의 안전을 책임질 차, 무엇을 믿고 타야 할까. 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결과, 현대차 아이오닉9과 팰리세이드 등 국산차가 최고 등급을 휩쓸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17일 발표한 이번 성적표는 수입차가 더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보란 듯이 깼다. ‘안전’ 하나만큼은 국산차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방증이다.
현대 아이오닉 9 정면 (출처=현대차)
올해 평가는 전기차 6종을 포함해 총 11개 차종을 도마 위에 올렸다. 단순히 벽에 들이받는 테스트가 아니다. 충돌 안전성은 기본이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사고를 미리 막아주는 센서가 얼마나 똑똑한지까지 3개 분야를 샅샅이 파헤쳤다.
아이오닉9, 90점대 ‘괴물’ 점수로 압도
가장 돋보이는 주인공은 단연 현대차 아이오닉9이다. 충돌 안전성 분야에서 무려 90.1%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기록했다. 올해 평가 대상 11종 중 유일한 90점대다. 충돌, 보행자, 사고 예방 등 3개 분야 모두에서 최고 등급을 받으며 말 그대로 ‘도로 위의 요새’임을 입증했다. 팰리세이드, 넥쏘, 기아 EV4 역시 당당히 1등급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국산차의 자존심을 세웠다.
현대 아이오닉 9 정면 (출처=현대차)
급발진·화재 공포, 평가 기준으로 정면 돌파
이번 평가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운전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급발진’과 ‘전기차 화재’ 이슈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급가속 사고를 막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평가를 신설했다. 이제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려 밟아도 차가 알아서 멈추거나 경고하는지 꼼꼼히 따진다는 얘기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측면 (출처=현대차)
특히 전기차 차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화재 후 고립’ 문제도 평가 항목에 들어갔다. 충돌 후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탈출하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 ‘충돌 후 탈출·구출 안전성’ 평가가 도입됐다. 사고가 나도 내 가족이 살아서 나올 수 있는지, 그 ‘생존 가능성’을 검증한 것이다.
배터리 안전,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안전성은 어떨까. 별도로 진행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평가에서는 아쉽게도 만점짜리 차가 없었다.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은 차종이 전무하다는 점은 완성차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 아이오닉 9 측후면 (출처=현대차)
주요 차종 안전도 성적표 (요약)
소비자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주요 차종의 성적을 텍스트로 정리했다. 구매 리스트에 있는 차가 있다면 눈여겨보길 바란다.1등급 (최우수): 현대 아이오닉9, 현대 팰리세이드, 현대 넥쏘, 기아 EV4 (국산차 독식)
2등급 (우수): BMW iX2, KGM 무쏘EV, 기아 타스만
3등급 (보통): 혼다 CR-V
4등급 (미흡): 테슬라 모델3, BYD 아토3 (사고 예방 점수 저조)
5등급 (열등): 포드 익스플로러 (사고 예방 최하점)
현대 아이오닉 9 (출처=현대차)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