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급 브랜드 ‘홍치’, 유럽 25개국 동시 진출 선언... 현지 공장 설립으로 관세 장벽 넘는다
롤스로이스 디자이너 영입 후 파격 변신, 신형 전기 SUV 앞세워 시장 판도 뒤집을까

EHS5 - 출처 : 홍치
EHS5 - 출처 : 홍치




과거 쌍용자동차 ‘체어맨’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중국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홍치(Hongqi)’가 유럽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무려 15종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유럽 25개국 시장에 동시 진입한다는 야심 찬 포부다.

그동안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했던 브랜드 전략을 글로벌 무대로 완전히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이는 최근 가속화되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해외 진출 흐름 속에서, 홍치 역시 유럽을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홍치는 중국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의 럭셔리 브랜드로, ‘중국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며 최고위급 인사들의 의전 차량을 생산해왔다. 지난 2021년 국내 출시를 검토했다가 무산된 바 있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최근에는 전동화 모델을 필두로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궈야 - 출처 : 홍치
궈야 - 출처 : 홍치




EU 관세 장벽 현지 생산으로 돌파



홍치의 유럽 공략에서 가장 큰 변수는 유럽연합(EU)의 높은 관세 장벽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홍치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카드로 ‘현지 생산’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현재 남유럽, 동유럽, 북유럽 등 여러 지역을 공장 후보지로 물색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단순히 관세를 피하는 것을 넘어 물류비 절감과 브랜드 신뢰도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현지 제조 기반을 갖추게 되면 초기 시장 확대에 필수적인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궈야 - 출처 : 홍치
궈야 - 출처 : 홍치


판매 부진 딛고 EHS5로 반전 노린다



홍치의 유럽 시장 성적은 아직 미미하다.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은 단 771대에 그쳤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숨 고르기’ 단계로 보고 있다.

홍치가 반전 카드로 꺼내 든 것은 새롭게 투입될 전기 SUV ‘EHS5’다. 8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5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며, 339마력부터 610마력에 이르는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현지화 스펙이 확정되면, 브랜드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핵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존 EHS7 중심이던 판매 구조 역시 EHS5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궈야 - 출처 : 홍치
궈야 - 출처 : 홍치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의 역습



홍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모기업인 FAW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부의 기술 접근성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제조 비용을 확보했다. 이는 과거 롤스로이스 디자인 총괄이었던 자일스 테일러를 영입하며 디자인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일스 테일러 역시 “중국 내수든 유럽이든, 우리가 가진 저원가 기술 기반이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MG, BYD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유럽에서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홍치 역시 가격을 무기로 유럽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