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완전 전동화’를 선언했던 롤스로이스가 계획을 수정한 배경은?

전기차 스펙터의 판매 둔화와 V12 엔진을 향한 고객들의 변함없는 애정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V12 엔진 - 출처 : 롤스로이스
V12 엔진 - 출처 : 롤스로이스


억 소리 나는 럭셔리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가 2030년 완전 전동화 계획에 급제동을 걸었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스펙터’를 공개하며 전동화 시대를 선언한 지 불과 몇 년 만의 일이다.

롤스로이스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 그리고 무엇보다 핵심 고객들의 목소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연 수십억을 호가하는 자동차 오너들은 롤스로이스에 어떤 요구를 했던 것일까?

결국 돌아선 롤스로이스, V12는 계속된다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최근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V12 가솔린 엔진을 계속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던 기존의 약속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새롭게 부임한 크리스 브라운리지 CEO는 한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를 선호하는 고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모기업인 BMW 그룹 역시 롤스로이스의 V12 엔진이 다가올 유로 7 배출가스 규제까지 충족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전기차 스펙터, 현실의 벽에 부딪혔나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감은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스펙터 역시 출시 초기 높은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스펙터의 2025년 판매량 예측치가 약 47%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롤스로이스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후퇴 아닌 유연한 재조정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스펙터 - 출처 :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이번 결정이 전동화 전략의 ‘포기’가 아닌 ‘수정’이라고 강조한다. 스펙터는 여전히 브랜드의 핵심 모델로 유지되며, 앞으로도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2030년 완전 전동화’라는 경직된 목표 대신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함께 가져가는 유연한 병행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롤스로이스의 선택을 단순한 후퇴가 아닌,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특성과 고객층을 고려한 현실적인 재조정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