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승차감 호평에도 판매량은 ‘반의 반토막’. 단순히 신차 효과가 빠진 게 아니었다.
소비자들이 계약 직전 망설이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필랑트 / 위키미디어
르노 필랑트의 시작은 화려했다. 출시 첫 달 약 5,000대가 팔리며 국산차 판매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새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숫자로 증명된 순간이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 성적표는 초라하다. 4월 2,100여 대, 5월에는 1,200여 대로 판매량이 수직 하락했다.
단순히 ‘신차 효과’가 빠졌다고 보기엔 낙폭이 너무 크다. 여기에는 차 자체의 상품성 외에 보이지 않는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랑트 / 위키미디어
과거 경험이 새 차의 발목을 잡는 이유
상품 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달리, 소비자 심리 깊숙한 곳에는 과거 르노 차량에 대한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과거 SM6에서 겪었던 품질 문제나 QM6 변속기 관련 불만을 거론하며 브랜드 전체 신뢰도에 의문을 표한다.
물론 필랑트에서 실제 변속기 결함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매를 앞둔 소비자 입장에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자동차는 한 번 사면 수년간 운용해야 하는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이다.
낯선 심장이 주는 심리적 거리감
필랑트 / 르노코리아
파워트레인에 대한 낯섦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필랑트 하이브리드에 중국산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장기 내구성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질이 낮다고 단정할 순 없다. 진짜 문제는 소비자들이 처음 접하는 생소한 구성이라는 점이다. 실제 성능이 준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신뢰를 쌓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결국 필랑트의 판매량 급감은 단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출시 초반에는 디자인과 하이브리드라는 장점이 부각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 신뢰도와 파워트레인에 대한 잠재적 불안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외관과 실내 디자인, 주행 질감 등 차량 본연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 매력 포인트다. 르노가 초반의 관심을 다시 판매량으로 연결하려면, ‘호기심 가는 신차’를 넘어 ‘믿고 오래 탈 수 있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필랑트 실내 / 르노코리아
필랑트 실내 / 르노코리아
필랑트 / 르노코리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