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의학 교수 “일반적 식사 중 발생하기 힘든 현상”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 및 악액질로 인한 근육 소실 원인 지목

사진=유튜브 ‘유성호의 데맨톡(Deadmantalk)’ 캡처
사진=유튜브 ‘유성호의 데맨톡(Deadmantalk)’ 캡처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가 혈액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가운데, 사인으로 알려진 ‘기도 폐쇄’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이 나와 이목이 쏠립니다. 국내 저명한 법의학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A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전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기도 폐쇄 원인 분석



A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안성기의 사인인 기도 폐쇄에 대해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떡과 같이 점성이 강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식사 도중 음식물이 기도를 완전히 막아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기전은 일반인과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기도를 폐쇄할 만큼의 음식물이 식도를 넘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은 보통의 신체 반응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고인의 상태가 평소와 달랐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투병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적 변화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통제 투여와 의식 저하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했을까. A교수는 암 환자에게서 기도 폐쇄가 일어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으로 ‘의식 저하’를 꼽았습니다. 말기 암 환자들의 경우 극심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펜타닐과 같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약물은 통증을 줄여주지만 부작용으로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음식물이 잘못 들어갔을 때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기침을 해 이물질을 뱉어내는 반사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진통제로 인해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이 기침 반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교수는 “내가 먹고는 있지만 의식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기침 반사마저 무뎌지면 음식물이 기도를 막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병으로 인한 신체 쇠약과 악액질



또 다른 원인으로는 투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신체적 쇠약, 즉 ‘악액질(Cachexia)’이 지목되었습니다. 악액질은 암, 심부전 등 만성 질환의 말기에 나타나는 전신 쇠약 상태로,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체중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고령의 나이에 투병 생활이 겹치면서 삼킴 근육(연하 근육)의 힘이 약해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A교수는 “암 환자 특유의 취약한 면역력 상태에서 폐렴 발생 가능성 또한 기도 폐쇄의 간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인의 사인은 단순한 사고라기보다는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 약해진 신체 기능과 통증 조절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합병증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영화계의 거목 안성기를 기리며



고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습니다. 한때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으나 재발하여 긴 시간 병마와 싸워왔습니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그는 아역 시절부터 시작해 평생을 한국 영화와 함께했습니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 ‘부러진 화살’ 등 1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항상 온화한 미소와 성실한 태도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그는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자였습니다. 비록 육체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명작과 영화인으로서의 품격은 대중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