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떠나보낸 반려견부터 유기견까지, 이름에 담긴 특별한 사연

“반려견에게 받은 긍정적 기운 나누고 싶었다”…기부금 사용처도 남달랐다

사랑의열매는 반려동물 이름으로 매월 2만원 이상을 정기 기부하는 ‘착한펫’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남구청 제공
사랑의열매는 반려동물 이름으로 매월 2만원 이상을 정기 기부하는 ‘착한펫’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남구청 제공
부산에서 1억 원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명단에 낯선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반려견 네 마리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익명의 기부자가 반려견 ‘동군·이랑·우리·하리’의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반려견들은 부산 417호 아너 소사이어티 정식 회원이 됐다.

기부자는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숨긴 채, 오직 반려견들의 이름만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는 20년에 걸친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세상 떠난 반려견과 유기견의 이름이 나란히 오른 이유

기부자와 함께했던 네 마리의 반려견에게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다. 동군과 이랑은 기부자가 2003년부터 가족처럼 지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이다.

현재 함께 지내는 우리와 하리는 2020년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아이들이다. 기부자는 먼저 떠난 반려견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 맞이한 생명에 대한 사랑을 이번 기부로 표현했다.

기부자는 “반려견을 통해 받은 긍정적인 기운을 어려운 이웃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사랑의열매 측에 기부 이유를 전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부산사랑의열매 이수태 회장(왼쪽)과 부산W아너 변희자 회장이 하리와 우리를 각각 안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부산사랑의열매 이수태 회장(왼쪽)과 부산W아너 변희자 회장이 하리와 우리를 각각 안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기부금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곳으로 향한다

이번에 전달된 1억 원의 기부금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되는 셈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설립한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내 납부를 약정하면 회원이 될 수 있다.

연예계에서는 방송인 현영이 2009년 ‘연예인 1호’로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유, 수지, 김연아 등 많은 유명인들이 참여해 기부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번 반려견들의 가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나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