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방콕, 다낭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 알고 싶은 동남아 소도시의 매력. 여행 고수들이 추천하는 진짜 동남아

태국, 베트남 등 익숙한 동남아시아 여행지에 싫증을 느끼고, 인파에 지친 여행자라면 주목할 만하다.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고유의 분위기를 간직한, 색다른 매력의 동남아시아 도시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동남아 지도, 지구본, 동남아 여행


전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상단을 차지하는 태국과 베트남. 방콕의 활기찬 야시장과 사원, 베트남의 유구한 역사와 다채로운 미식은 분명 훌륭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는 때로 과도한 인파,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 일부 관광지의 상업화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진정한 현지 문화를 느끼고, 인파의 방해 없이 자연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이제 시선을 돌릴 때다. 때 묻지 않은 섬부터 고요한 산악 마을까지, 태국과 베트남이 가진 장점은 그대로 가지면서도 보다 진솔하고 평화로운 체험이 가능한 7곳의 도시를 소개한다

1. 랑카위 (Langkawi), 말레이시아

자연과 휴양이 공존하는 면세의 섬
랑카위 (Langkawi), 말레이시아
랑카위 (Langkawi), 말레이시아


안다만해에 떠 있는 9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랑카위는 ‘전설의 섬’으로 불린다. 푸켓과 비슷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지만, 인파는 훨씬 적고 물가는 더 저렴하다. 아름다운 해변과 울창한 정글, 시원한 폭포는 물론, 산 정상의 명물인 스카이 브리지(Sky Bridge)에서의 아찔한 체험도 가능하다.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으며, 고급 리조트부터 아늑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소가 있어 커플, 가족 여행객 모두에게 안성맞춤이다.

추천 여행자: 커플, 가족 여행객, 해변 애호가

2. 캄폿 (Kampot), 캄보디아

후추와 강물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공간
캄폿 (Kampot), 캄보디아
캄폿 (Kampot), 캄보디아


캄보디아 남부의 강변 도시 캄폿은 여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로 여행자들을 끌어들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캄폿 후추 농장과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이곳의 특징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이 늘어선 거리의 카페에서 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스쿠터를 빌려 소금밭과 고대 사원, 숨겨진 폭포를 탐험하는 것은 캄폿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다. 특히 세계 최고급으로 꼽히는 캄폿 후추가 생산되는 농장을 직접 방문해 그 독특한 풍미의 비밀을 알아보는 것은 미식가들에게 흥미로운 일정이 될 것이다.

추천 여행자: 미식가, 디지털 노마드,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

3. 시아르가오 (Siargao), 필리핀

서핑과 야자수, 완벽한 섬의 낭만

시아르가오 (Siargao), 필리핀, Guyam Island, Siargao, Philippines
시아르가오 (Siargao), 필리핀, Guyam Island, Siargao, Philippines


‘필리핀의 서핑 수도’로 알려진 시아르가오는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야자수 길, 에메랄드빛 라군, 비밀스러운 동굴과 여유로운 해변 바(bar)가 섬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라카이나 팔라완에 비해 아직 개발의 손길이 덜 미쳐, 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 ‘클라우드 9(Cloud 9)’에서의 서핑은 물론, 네이키드 아일랜드, 다쿠 아일랜드, 가얌 아일랜드 등을 둘러보는 호핑 투어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추천 여행자: 모험가, 서퍼, 자유여행자, 디지털 노마드

4. 딜리 (Dili), 동티모르

동남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
딜리 (Dili), 동티모르
딜리 (Dili), 동티모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국가인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는 이제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훼손되지 않은 해변과 세계적 수준의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가 잠재력을 증명한다. 포르투갈 식민 지배의 영향이 남은 건축물과 문화, 그리고 내륙의 아름다운 산악 지대는 아직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딜리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대형 예수상(Cristo Rei)에 올라 도시의 전경을 감상하며,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추천 여행자: 오지 탐험가, 다이버, 진정한 모험을 추구하는 여행자

5. 족자카르타 (Yogyakarta),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문화와 예술의 심장
족자카르타 (Yogyakarta), 인도네시아, 프람바난
족자카르타 (Yogyakarta), 인도네시아, 프람바난
인도네시아 자바(Java) 섬의 문화적 수도로 불리는 족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경이로운 고대 유적인 보로부두르(Borobudur)와 프람바난(Prambanan)으로 가는 관문이다. 이곳은 저렴한 물가, 친절한 현지인, 활기 넘치는 길거리 예술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방문객들은 전통 바틱(Batik) 염색을 배우거나,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푸드 투어에 참여하고, 그림자 인형극(와양 꿀릿)을 관람하며 자바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술탄의 궁전(Kraton)과 활기찬 말리오보로 거리를 거닐며 도시의 생동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추천 여행자: 역사 애호가, 예술가, 문화 탐험가

6. 숨바 (Sumba), 인도네시아

날것 그대로의 자연과 살아있는 부족 문화
숨바 (Sumba), 인도네시아, 천연수영장
숨바 (Sumba), 인도네시아, 천연수영장
‘관광객이 몰려들기 전의 발리’라고 불리는 숨바 섬은 원시적인 자연과 독특한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드넓게 펼쳐진 해변과 언덕 위 전통 마을, 그리고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부족의 관습이 여행객을 다른 세상으로 이끈다. 특히 말을 탄 채 창을 던지며 싸우는 의식인 ‘파솔라(Pasola) 축제’는 숨바에서만 볼 수 있는 강렬한 문화 현장이다.

세계적인 친환경 럭셔리 리조트 ‘니히 숨바(Nihi Sumba)’는 문명과 단절된 채 완벽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휴식처로 꼽힌다.

추천 여행자: 신혼부부, 느린 여행자, 문화 탐험가

7.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라오스

메콩강의 고요하고 영적인 공간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라오스, 란다케이프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라오스, 란다케이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은 메콩강을 따라 자리 잡은 고즈넉하고 영적인 도시다. 황금빛 사원과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 그리고 이른 아침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의 탁밧(Tak Bat, 아침 공양) 행렬은 이곳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태국이나 베트남의 어느 도시보다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온전한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꽝시 폭포(Kuang Si Waterfalls)에서 수영을 즐기고, 야시장에서 수공예품을 구경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곳이다.

추천 여행자: 문화 여행자, 사진작가, 느린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

떠나기 전, 기억해야 할 것들

태국과 베트남도 여전히 훌륭한 여행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이 7개의 대안 여행지들은 당신의 여행에 예상치 못한 깊이를 더할 것이다. 덜 붐비는 해변, 상업화되지 않은 시장, 대규모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풍경을 발견하는 동시에, 소규모 관광을 통해 현지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어떤 목적지를 선택하든, 겸손하고 호기심 가득한 존중의 자세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관습을 배우고,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며, 당신의 발자국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책임감 있는 여행은 이 아름다운 장소들의 매력을 미래 세대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좋은 여행 경험은 단순히 방문한 국가 목록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 자연,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연결’에 관한 것이다. 이 새로운 목적지에서 당신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잘 닦인 길 너머의 생생한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