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가성비’ 꼬리표 떼고 연간 170만 대 대기록 달성
GM·도요타·포드 이어 4위 수성, 혼다와 닛산도 제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 진출 40년 만에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완전히 지우고 ‘믿고 타는 차’로 거듭났다. 품질 혁신과 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 시장서 170만 대 판매 기염
현대차그룹은 2024년 미국 시장에서 총 170만 8293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4%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는 2023년 세웠던 종전 최고 기록인 165만 2821대를 5만 대 이상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연간 판매량이 170만 대 고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91만 1805대를 판매해 4.8% 성장했고, 기아는 79만 6488대로 1.8%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7만 5003대를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8.4%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GM(268만 대), 도요타(233만 대), 포드(206만 대)에 이어 2년 연속 판매 4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한때 강력한 경쟁자였던 혼다와 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따돌리며 상위권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SUV와 친환경차가 효자 노릇 톡톡
이번 역대급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라인업이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1만 55대가 팔리며 23% 급증해 역대 최고 판매고를 올렸다. 투싼(20만 6126대), 아반떼(13만 6698대), 싼타페(11만 9010대) 등 주력 모델들도 꾸준한 인기를 증명했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제외라는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특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는 4만 4400대가 판매되며 31%나 성장했다. 이는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을 바탕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아이오닉 5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세계 올해의 자동차’ 등을 수상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100만 대 생산 체제 구축과 미래 투자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능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3월 조지아주에 완공 예정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미국 내 연간 100만 대 생산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HMGMA는 연간 30만 대 규모로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 5와 향후 출시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기아 모델과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생산 라인업을 확대한다.
정의선 회장은 이와 더불어 2028년까지 자동차를 비롯해 부품, 물류, 미래 모빌리티 산업 등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986년 소형차 ‘엑셀’로 미국 땅을 밟았던 현대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 제조사를 넘어 현지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품질과 디자인,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어 미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