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뮌헨 협정, 모두가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막으려 한 두 남자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 넷플릭스
우리는 이미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다. 1938년 9월 30일,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아돌프 히틀러와 맺은 뮌헨 협정은 ‘우리 시대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히틀러에게 시간을 벌어주었고, 1년 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결말을 알기에, 이 협정을 다루는 이야기는 지루한 역사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넷플릭스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Munich: The Edge of War)’는 이 익숙한 역사적 사실의 이면에 픽션을 교묘하게 직조해 넣어, 123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를 완성했다.

“평화”라는 이름의 유화책, 그 이면의 움직임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는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할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던 1938년 뮌헨을 배경으로 한다. 유럽 전역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네빌 체임벌린(제레미 아이언스 분) 영국 총리는 또 다른 끔찍한 전쟁(제1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히틀러와의 회담을 추진한다.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두 명의 가상 인물을 밀어 넣는다. 영국 총리의 비서관인 휴 레가트(조지 맥케이 분)와 독일 외무부에서 일하는 파울 폰 하르트만(야니스 니뵈너 분)이다. 옥스퍼드 동창이었던 두 사람은 각자의 조국을 위해 일하지만, 남몰래 ‘히틀러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게 된다.

역사를 바꾸기 위한 두 친구의 위험한 동행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 넷플릭스
영화의 핵심 긴장감은 ‘스파이 스릴러’에서 나온다. 파울은 히틀러가 주데텐란트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정복하려 한다는 음모가 담긴 비밀 문서(호스바흐 각서)를 입수한다. 그는 이 문서를 뮌헨에 오는 체임벌린 총리에게 전달해, 그가 추진하는 유화책(Appeasement)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이 위험천만한 임무의 연결고리로 옛 친구인 휴가 지목된다. 두 사람은 뮌헨 곳곳에서 게슈타포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문서를 전달하려 애쓴다. 이 과정은 화려한 액션 없이도 대화와 심리전만으로 극도의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과연 이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성공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역사적 가정’의 긴장감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 제레미 아이언스 / 넷플릭스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네빌 체임벌린을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다. 역사적으로 체임벌린은 히틀러에게 속아 넘어간 ‘순진한 몽상가’ 혹은 ‘겁쟁이’로 평가절하되곤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1차 대전의 참상을 겪은 뒤 어떻게든 평화를 지키려 고뇌했던 현실주의적 정치가로 재조명한다.

비밀 문서를 전달받고도 히틀러와의 협정을 강행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아니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이었을까.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결과가 정해진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과정에 있었을 법한 개인들의 고뇌와 필사적인 노력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묵직한 역사 스릴러를 선호하거나,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