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디자인 스튜디오, 차세대 ‘콜벳 C9’ 암시하는 전기 콘셉트카 공개... 탈착식 지붕과 T자형 배터리 등 파격적 설계 ‘눈길’

미국 머슬카의 자존심, 쉐보레 콜벳이 6년간 이어진 C8 시대를 마무리하고 차세대 C9으로의 대담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GM의 미래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개한 파격적인 전기 콘셉트카는 포르쉐나 페라리가 아닌, 오직 콜벳만이 그릴 수 있는 짜릿한 미래를 담아내며 전 세계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상부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상부 (출처=쉐보레)


지붕을 뜯어내다, 캘리포니아 태양을 품은 디자인

이번에 공개된 ‘캘리포니아 콜벳 콘셉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처럼 화창한 날씨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대담한 설계다. 디자이너들은 “캘리포니아는 항상 날씨가 좋잖아?”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전투기 조종석처럼 앞으로 열리는 캐노피 형태의 지붕 전체를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구조를 고안했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면 (출처=쉐보레)


지붕이 있을 때는 날렵한 최신 슈퍼카의 모습을, 지붕을 떼어내면 오직 달리기 위해 태어난 ‘오픈 에어 트랙 머신’의 경험을 선사하는 두 얼굴의 자동차다. 현대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고려할 때 양산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오직 미래를 그리는 콘셉트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과감한 시도다.

엔진룸은 비웠지만, 심장은 더 강해졌다

이 차의 심장은 더 이상 거대한 8기통 가솔린 엔진이 아니다. 그 자리는 강력한 전기 모터가 대신한다. 주목할 점은 배터리의 배치 방식이다. 전기차들이 흔히 사용하는 평평한 ‘스케이트보드’ 방식 대신, 과거 쉐보레 볼트 EV에서 선보였던 ‘T자형 배터리 팩’을 부활시켰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정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정면 (출처=쉐보레)
이 독특한 설계 덕분에 차체 바닥을 더 낮출 수 있게 되어 운전자가 거의 바닥에 붙어 앉는 듯한 정통 스포츠카의 착석 자세를 구현했다. 낮은 무게 중심은 당연히 따라오는 선물이며, 공기역학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차체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전기화로의 전환, 이미 시작된 미래

사실 콜벳의 전기화는 이번 콘셉트카에서 갑자기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쉐보레는 이미 현행 C8 라인업에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모델인 ‘콜벳 E-Ray’를 추가하며 전동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E-Ray는 강력한 V8 엔진이 뒷바퀴를, 전기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콜벳 역사상 가장 빠른 가속력을 자랑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쉐보레)
이번에 공개된 C9 콘셉트카는 바로 그 다음 단계, 즉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오직 전기의 힘으로만 달리는 ‘순수 전기 슈퍼카’로의 완전한 진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미래의 청사진인 셈이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실내디스플레이2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실내디스플레이2 (출처=쉐보레)

슈퍼카의 공식을 따르다, 하이테크 콕핏과 공기역학

실내는 C8 콜벳의 운전자 중심 콕핏 디자인을 한층 미래적으로 발전시켰다.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요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마치 우주선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는 고속 주행 시 차를 노면에 붙여주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를 갖췄고, 앞 21인치, 뒤 22인치의 거대한 휠은 이 차가 멈춰있을 때조차 강력한 성능을 암시한다.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후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콜벳 C9 컨셉카 측후면 (출처=쉐보레)
GM은 아직 정확한 모터의 개수나 출력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후륜에만 2개의 모터를 배치하는 등 최소 2개 이상의 모터를 사용한 강력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가 그려나갈 전기차의 미래, 그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