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미국 시장서 2025년 끝으로 A7·S7 단종 결정… 전동화 전환 속 라인업 재편 본격화

“이 차만큼은 영원할 줄 알았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4도어 쿠페’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도로 위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혔던 아우디 A7의 갑작스러운 단종 소식에 오너들과 팬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아우디가 미국 시장에서 2025년형을 마지막으로 A7과 고성능 모델인 S7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우디 A7 측정면 (출처=아우디)
아우디 A7 측정면 (출처=아우디)


어쩌다 ‘가장 아름다운 차’는 단종까지 왔나

아우디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비인기 차종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A7은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경쟁자인 벤츠, BMW 오너들마저 인정하게 했던 상징적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단종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큰 이유는 SUV에 밀려 세단 시장 자체가 축소된 현실과, 아우디 내부의 흔들리는 전동화 전략이다.
아우디 A7 측후면 (출처=아우디)
아우디 A7 측후면 (출처=아우디)


특히 아우디는 당초 ‘홀수는 내연기관, 짝수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이름 규칙을 도입하려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헛발질’을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차기 내연기관 A6가 ‘A7’이 되어야 했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혼란을 우려해 기존 ‘A6’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A7의 포지션이 애매해졌고, 결국 라인업에서 삭제되는 비운을 맞았다. 혁신적인 이미지는 희미해지고 BMW나 벤츠에 비해 인테리어 경쟁력마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최근 아우디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A7의 공백, 신형 A6와 RS가 채운다

A7과 S7이 떠난 빈자리는 새롭게 출시될 2026년형 A6 라인업이 메운다. 신형 A6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모델(A6 TFSI)과 순수 전기차 모델(A6 e-tron) 두 가지로 출시되어 아우디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전기차인 A6 e-tron은 A7의 유려한 ‘스포트백’ 디자인을 계승해 사라지는 아이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 A6 e-트론 측면 (출처=아우디)
아우디 A6 e-트론 측면 (출처=아우디)
한편, 마니아들의 상징과도 같은 최상위 고성능 모델 RS7은 단종의 칼날을 피했다. 621마력의 막강한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RS7은 최소 2026년까지는 명맥을 유지하며 아우디의 자존심을 지킬 예정이다. 이는 대중적인 세단 라인업은 과감히 정리하되, 브랜드의 기술력과 개성을 상징하는 특수 모델은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우디 A6 e-트론 정면 (출처=아우디)
아우디 A6 e-트론 정면 (출처=아우디)

아쉬움과 기대 교차… “과거 명성 되찾을까”

한때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기술력의 대명사였던 아우디는 지금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랑받았던 모델의 단종은 분명 아쉬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브랜드 전체를 재정비하고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다. 과연 아우디가 이번 라인업 재편을 통해 과거의 빛을 되찾고,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그들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