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제왕’의 치명적 약점, 구매 전 확인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갓 나온 신형 경차 한 대 값으로 한때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대형 세단을 품에 안을 수 있다면?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다. 중고차 시장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현대 그랜저 HG 덕분에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이다. 2011년 처음 등장해 도로 위를 압도했던 이 베테랑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천만 원 안팎의 놀라운 가격표를 달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랜처 HG (출처=현대차)
세월이 비껴간 디자인, 광활함에 감탄하다
그랜저 HG가 시간을 이겨낸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디자인과 공간이다. ‘웅장한 활공’을 의미하는 ‘그랜드 글라이드’ 콘셉트로 완성된 외관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당당함과 유려함을 뽐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광활한 실내 공간이 “역시 그랜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그랜저HG 5세대 2011.01 / 출처 : 현대자동차
뒷좌석에 건장한 성인이 앉아도 무릎 앞에 주먹 하나가 더 들어갈 만큼 넉넉한 공간은 동급의 신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이 ‘클래스’ 덕분에 그랜저 HG는 여전히 품위 있는 패밀리카이자 훌륭한 비즈니스 세단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엔진 선택이 곧 운명, 2.4는 신중하게
하지만 중고 그랜저 HG 구매의 성패는 보닛 아래, 어떤 심장이 뛰고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여기서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심장은 바로 ‘세타2 2.4 GDi 엔진’이다. 이 엔진은 과거 엔진오일 감소나 비정상적인 소음(노킹) 같은 고질적인 내구성 문제로 여러 차례 홍역을 앓았다. 물론 리콜과 무상 수리, 보증 기간 연장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구매를 고려한다면 관련 수리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현대차 그랜처 HG 실내 (출처=현대차)

현대차 그랜처 HG 측후면 (출처=현대차)
구매 전 ‘아는 척’ 필수! 자잘한 고질병 체크
엔진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몇 가지 자잘하지만 신경 쓰이는 ‘고질병’도 확인해 보자. 핸들을 돌릴 때 ‘딸깍’거리는 소음이 나는 MDPS(전자식 조향장치) 문제는 HG의 대표적인 아쉬움으로 꼽힌다. 큰돈 들어갈 문제는 아니지만, 예민한 운전자라면 거슬릴 수 있다.
현대차 그랜처 HG 측면 (출처=현대차)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그랜저 HG는 몇 가지 주의사항만 숙지한다면 천만 원대 예산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럭셔리 세단’임이 틀림없다. 내구성이 검증된 3.0 모델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관리된 차를 고른다면, 신형 경차 예산으로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얻게 될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