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제네시스 G80 유지비 부담감 호소하는 중장년층 늘어
사회적 지위보다 실속 챙기는 4050세대, 그랜저로 선회하며 판매량 견인
그랜저 실내 / 현대자동차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 트렌드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지위와 품격을 중시하던 4050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실질적인 ‘유지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고소득 직장인들조차 제네시스 G80 유지가 버겁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110만 원의 공포
대기업 부장급 직원이 신차 구매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델은 단연 제네시스 G80이다. 브랜드가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성공한 가장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계약 단계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차량 가격이 6,800만 원 선에 달하는 2.5 터보 모델(필수 옵션 포함)을 기준으로, 선수금 2,500만 원을 납입하고 60개월 할부를 이용할 경우 매달 납부해야 할 할부금만 약 72만 원에 이른다.
그랜저 / 현대자동차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준대형 세단의 특성상 낮은 연비로 인한 유류비, 고가의 보험료, 연간 자동차세, 소모품 교체 비용 등 부대 비용을 합산하면 월평균 유지비는 최소 1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월 실수령액이 750만 원인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소득의 약 15%가 고스란히 차량 유지에만 투입되는 구조다. 자녀 학자금 지원과 노후 대비가 시급한 4050 세대에게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고정 지출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연봉 1억 원을 받아도 G80을 굴리려면 생활비가 빠듯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한 국민 세단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소비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 그랜저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의 경우 풍부한 옵션을 갖추고도 약 4,500만 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G80과 동일한 조건으로 할부를 진행했을 때 월 납입금은 50만 원대 초반으로 대폭 줄어들며, 전체 월 유지비 역시 85만 원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다. 소득 대비 차량 유지비 비중이 11%대로 낮아지면서 가계 운영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G80 / 제네시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7세대 그랜저(GN7) 구매자 중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던 그랜저가 이제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가장들의 현실적인 드림카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전륜 구동 기반의 그랜저는 후륜 구동인 G80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넓어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선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여주기식 소비에서 실속형 소비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80과 그랜저 사이의 고민은 단순한 차급 비교를 넘어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분석한다. G80이 운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과 하차감을 제공한다면, 그랜저는 매달 통장을 확인할 때 느껴지는 경제적 안정감을 선사한다. 과거에는 무리해서라도 상급 모델을 선택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차량을 운용하려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G80 실내 / 제네시스
한편, 7세대 그랜저는 출시 이후 꾸준히 국산차 판매량 1위를 다투며 ‘국민차’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파격적인 일자형 램프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 최첨단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되면서 제네시스 못지않은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류비 절감을 노리는 운전자들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반면 제네시스 G80은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상품성을 강화했지만, 높아진 가격 장벽으로 인해 법인 수요 비중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결국 통장 잔고와 현실적인 미래를 고려한 아빠들의 선택은 당분간 ‘가성비’와 ‘하차감’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다 실속 있는 모델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G80 / 제네시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