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EV6 등 현대차·기아 주력 전기차에서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이 리콜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

보증 기간 연장에도 차주들의 근본적인 해결책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현대 아이오닉5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 아이오닉5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 5, EV6 등에서 발생한 ‘주행 중 멈춤’ 현상이 대규모 리콜 이후에도 계속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위주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리콜을 마친 차량에서조차 동일 증상이 재발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보증 기간 연장이라는 후속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수십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 운전자들은 언제쯤 마음 놓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퍽’… 공포의 주행 멈춤



차주들이 겪는 현상은 악몽과도 같다.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에서 갑자기 ‘퍽’하는 충격음과 함께 계기판에 ‘전기차 시스템을 점검하십시오’라는 경고등이 뜬다. 직후 차량 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가속 페달이 먹통이 되고, 이내 도로 위에서 완전히 멈춰 서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이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발생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아이오닉5 차주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중 차가 멈춰서 죽는 줄 알았다”며 “리콜을 받았는데도 이런 일이 생기니 차를 타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기아 EV6 / 사진=Kia
기아 EV6 / 사진=Kia




35만 대 리콜에도 해결 안 된 ICCU 결함



문제의 핵심 부품은 ICCU다. 이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12V 보조 배터리의 전력을 통합 관리하는 장치로, 사실상 차량의 ‘혈관’과도 같다. ICCU에 이상이 생기면 전력 공급 시스템 전체가 마비돼 주행이 불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GV60 등 약 35만 대에 대해 무상 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의 리콜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리콜 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문제가 재발했다는 사례가 지난 1년간 3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약 20만 대, 독일 등 유럽에서도 비슷한 결함 보고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품질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결함이 주행거리 2만~4만 km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내 레몬법 적용 기준(1년·2만km 이내)을 교묘하게 비껴간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증 연장은 미봉책? 근본 대책 요구하는 목소리



논란이 커지자 현대차그룹은 ICCU 관련 부품의 보증 기간을 기존 ‘10년/16만km’에서 ‘15년/40만km’로 연장하는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특정 기간에 생산된 차량에 한정돼 모든 차주가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보증 기간이 끝난 차량은 약 220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부품 수급 지연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차주들은 기약 없이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세워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내부 부품의 물리적 손상을 막기 어렵다며, 하드웨어 개선을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