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엔지니어들의 오랜 가설이었던 ‘천장 주행’이 현실이 됐다.
무게의 2배 힘으로 차를 붙잡는 기술, 실용성 논란도 함께 불붙었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오가던 가설이 현실이 됐다. 강력한 다운포스를 이용하면 터널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달릴 수 있다는 상상이다. F1 엔지니어들조차 이론으로만 여겼던 이 ‘천장 주행’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졌다.
영국의 하이퍼 전기차 제조사 맥머트리 오토모티브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사의 하이퍼카 ‘스피어링’이 특수 제작된 트랙 천장을 거꾸로 주행하는 실증 영상을 공개했다. 자동차 역사상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도전이다.
자기 무게 2배 힘으로 천장에 붙는다
스피어링의 천장 주행이 가능한 핵심은 압도적인 접지력에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속도가 붙어야 공기 역학으로 차체를 누르는 힘, 즉 다운포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도 땅에 흡착된다.
비밀은 차체 하부에 장착된 두 개의 거대한 팬 시스템이다. 이 팬이 강제로 공기를 빨아들여 차를 바닥으로 내리누른다. 시속 0km에서도 발생하는 다운포스는 무려 2,000kg에 달한다.
차량의 공차중량이 약 1,000kg에 불과하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자기 몸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힘으로 노면에 붙어 있는 셈이다. 이 기술력은 실제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스피어링은 굿우드 페스티벌 힐클라임 코스에서 F1 레이스카의 기록을 깨고 역대 1위에 올랐다. 가속 성능 역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1.4초면 충분하다.
기술적 쾌거인가 화려한 이벤트인가
이번 성공을 두고 업계에서는 순수한 기술적 쾌거라는 찬사가 나온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극한의 다운포스 개념을 양산형에 가까운 차량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다. 향후 모터스포츠나 고성능 양산차의 코너링 성능 개선에 이 기술이 응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반면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 이런 극단적인 기술이 어떤 이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팬 시스템을 상시 가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에너지 소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물리 법칙의 한계를 넘어선 기술 혁신과 화제성을 노린 정교한 마케팅 사이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맥머트리의 도전이 자동차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