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6 GT, 차량 결함 아닌 ‘관세’ 문제로 미국 판매 무기한 보류

현대차그룹, 북미 전기차 전략 전면 수정 신호탄 되나

EV6 GT 실내 / 기아
EV6 GT 실내 / 기아


따스한 3월의 봄, 자동차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돌연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단된 것이다. 뛰어난 성능으로 호평받던 모델이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차량 자체의 결함이 아닌, 복합적인 시장 상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높은 ‘관세 장벽’, 한계에 다다른 ‘가격 경쟁력’, 그리고 근본적인 ‘북미 시장 전략’의 변화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대체 650마력의 질주 본능을 품은 이 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관세 장벽에 가로막힌 650마력



EV6 GT / 기아
EV6 GT / 기아


EV6 GT는 기아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심장을 가졌다. 2025년형 기준, 부스트 모드에서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75.4kg·m의 힘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5초 만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은 2.2톤의 육중한 차체를 가뿐하게 이끈다.

하지만 이 강력한 퍼포먼스도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국내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EV6 GT에는 약 15% 수준의 수입 관세가 붙는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현지에서 생산되는 경쟁 모델과 공정한 경쟁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1억 육박하는 가격, 경쟁력 상실



이미 2025년형 EV6 GT의 미국 현지 가격은 6만 5천 달러, 한화로 약 9,50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15%의 관세가 더해지면 가격은 1억 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생산 모델이라는 이유로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이다.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셈이다. 기아 역시 이번 결정이 완전한 단종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시장 상황 개선 시 판매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다.



EV6 GT / 기아
EV6 GT / 기아


현지 생산 모델은 건재, 엇갈린 희비



이번 판매 보류 조치는 EV6 라인업 전체가 아닌 ‘GT’ 트림에만 한정된다. 일반 EV6 모델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현지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 차량들은 관세 부담이 없을뿐더러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같은 EV6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생산지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략, 시험대에 오르다



EV6 GT / 기아
EV6 GT / 기아


EV6 GT의 판매 보류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전략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음을 시사한다. 앞서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6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으며, 기아는 소형 전기 세단 EV4의 미국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문제, 수익성 확보라는 삼중고 속에서 북미 시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V6 GT / 기아
EV6 GT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