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 판매량 두 자릿수 급감

고금리·고환율 탓이라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푸로산게 / 페라리
푸로산게 / 페라리


한때 글로벌 브랜드의 ‘성지’로 불리던 국내 슈퍼카 시장에 낯선 기류가 흐른다. 5월의 따스한 날씨에도 도로 위를 달리는 화려한 스포츠카가 예전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의 핵심 변화는 뚜렷한 ‘판매량 변화’와 ‘소비 심리’의 이동, 그리고 그에 따른 ‘대체재’의 부상으로 요약된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판매는 급감한 반면, 그 자리를 다른 차종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대체 이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슈퍼카 판매량,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나



숫자로 확인된 변화는 생각보다 더 극적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람보르기니 판매량은 전년 동기 127대에서 80대로 37%나 곤두박질쳤다. 페라리의 상황은 더 심각해, 130대에서 75대로 주저앉으며 42.3%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포르쉐 역시 20.7% 줄어든 2,786대를 기록했고, 롤스로이스도 13.8% 감소하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차량 한 대당 가격이 4억 원에서 8억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 대의 판매 감소는 브랜드 입장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 증발을 의미한다. 한때 이탈리아 본토보다 람보르기니가 더 많이 팔렸던 한국 시장의 명성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812 슈퍼패스트 /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 페라리


단순히 경기가 나빠진 탓일까



표면적인 원인으로 고금리와 고환율이 거론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법인 리스 비중이 높은 슈퍼카 시장에서 금리 인상은 월 납입 부담을 키우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리스료는 아무리 고소득자라 해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소비 심리’의 변화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이후 폭발했던 보복 소비 열기가 잠잠해지면서, 과시를 위한 소비보다는 실용적 가치를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여기에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지금 수억 원짜리 내연기관 슈퍼카를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슈퍼카 떠난 자리는 누가 채우고 있나



우르스 S / 람보르기니
우르스 S /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남긴 공백은 의외의 ‘대체재’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바로 초고가 세단 시장이다. BMW 7시리즈는 올해 1~4월 2,148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9.4% 증가했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역시 4% 늘어난 1,306대를 기록했다.

3억 원대부터 시작하는 마이바흐 S클래스마저 10.6%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고급차 시장의 자금 자체가 줄었다기보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행 성능과 디자인에 집중된 슈퍼카보다 일상에서의 안락함, 비즈니스 의전, 가족과의 이동 등 활용도가 높은 대형 세단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고급차 시장은 ‘선택 기준의 변화’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고금리, 보복 소비 약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슈퍼카 수요는 위축됐지만, 그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실용성과 편안함을 갖춘 초고가 세단으로 이동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고급차 시장의 수요 조정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레부엘토 /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 람보르기니


911 터보 S / 포르쉐
911 터보 S / 포르쉐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