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홍보 문구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불매’와 ‘옹호’로 갈라선 소비자들
대표 해임과 본사 사과에도 가라앉지 않는 여론, 정치권까지 번진 후폭풍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 속 보수우파 지지자가 올린 게시글. 스레드 캡처
사건은 지난 15일 스타벅스코리아가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시작하며 불거졌다. 홍보 이미지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5월 18일을 ‘탱크데이’로 명명하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탱크’는 5·18 당시 신군부의 무력 진압을,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화 역사의 아픔을 조롱했다는 지적에 소비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SNS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환불하거나 텀블러와 머그컵을 깨뜨리는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며 불매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 속 보수우파 지지자가 올린 게시글. 스레드 캡처
단어 두 개가 불러온 파장, 대체 무슨 뜻이었나
이처럼 소비자들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부 보수우파 성향의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불매 운동에 맞서 오히려 스타벅스를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배우 최준용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진과 함께 “커피는 스벅이지”라며 ‘멸공커피’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또 다른 SNS 이용자는 “우파 미녀의 출근룩”이라며 스타벅스 커피를 인증했고, “당분간 좌빨갱이 청정지역일 듯. 더 자주 와야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평범한 소비 공간이었던 카페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 속 보수우파 지지자가 올린 게시글. 스레드 캡처
불매 선언에 맞불 놓은 옹호, 이념 갈등으로 번지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국민의힘 충북도당 공식 SNS 계정에 “내일 스벅 들렀다가 출근해야지”라는 글이 올라왔고, 김선민 거제시의원(국민의힘)이 여기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커지자 충북도당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했다.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논란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즉시 해임했다. 이어 19일에는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 역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역사적, 인도적으로 의미 깊은 날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이뤄진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초유의 사태에 그룹 총수와 본사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한번 그어진 이념의 골은 쉽게 아물지 않는 모양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