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8개 조명으로 완성한 압도적인 실내, 이전 모델 뛰어넘는 주행거리와 성능
최고 680마력 발휘하는 ‘블랙 배지’ 모델까지...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기준 제시했다
롤스로이스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스펙터의 상품성 개선 모델 ‘시리즈 II’를 공개했다. 전동화 시대에 럭셔리의 정점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브랜드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단순히 내연기관을 전기 모터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감성을 자극하는 ‘실내’ 공간과 현실적인 편의성을 더한 ‘주행거리’, 그리고 심장을 뛰게 하는 ‘성능’까지 모두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과연 수억 원을 호가하는 이 전기 쿠페가 제시하는 미래의 럭셔리는 어떤 모습일까.
8천 개 조명이 수놓은 실내,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실내 공간의 변화다. 이번 신형 스펙터의 대시보드에는 8,108개의 미세한 조명이 픽셀 아트처럼 적용된 ‘일루미네이티드 파시아’가 탑재됐다. 이는 단순한 앰비언트 라이트를 넘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예술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새롭게 적용된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항공기 계기판에서 영감을 얻은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은 브랜드의 클래식한 유산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소재의 활용 역시 특별하다. 대나무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레이온 원단 ‘듀얼리티 트윌’을 새롭게 추가하며 지속가능성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최대 260만 개의 스티치와 무려 16km 길이의 실이 사용되는 정교한 가죽 마감은 장인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주행거리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화려함이 전부는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전기차의 본질적인 가치인 성능과 주행거리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기본 모델은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최고출력 593마력, 최대토크 1,015Nm라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2.9톤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4초에 불과하다. 이는 조용하지만 폭발적인 전기차 특유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주행거리 역시 크게 늘었다. 112.4kWh로 용량이 확대된 배터리와 새로운 셀 기술 덕분에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국제표준(WLTP) 기준 628km에 달한다. 기존 모델 대비 약 18%나 증가한 수치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운행에 가까운 거리를 충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195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단 28분 만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어 장거리 여행의 부담도 줄였다.
궁극의 성능 ‘블랙 배지’, 럭셔리 전기차 시장 흔들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는 궁극의 성능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스펙터 블랙 배지’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블랙 배지는 최고출력을 680마력까지 끌어올린 고성능 버전이다. 최대토크는 1,100Nm에 달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4.1초로 슈퍼카 영역에 근접한다. 무광 블랙 외장 장식과 전용 휠은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차별화된 감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롤스로이스의 행보는 최근 페라리가 공개한 전기차의 디자인이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미래적인 요소를 섬세하게 녹여낸 스펙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약 7억 원에 달하는 가격표가 예상되지만, 스펙터 시리즈 II는 초호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일 출퇴근하는 평범한 운전자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궁극의 럭셔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