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한정된 생산량, 그마저도 90%가 해외로

압도적 상품성에 기약 없는 기다림, 대안 모델 레이 EV는 어떨까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자동차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도로 위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계약 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최소 1년에서 최장 2년이 걸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이한 출고 지연 사태의 배경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독특한 ‘위탁 생산’ 구조와 ‘수출 물량 편중’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상품성’이 소비자들의 계약 해지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전량 위탁 생산을 맡긴다. GGM은 단일 라인 공정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1교대 가동 시 연간 최대 생산량이 약 6만 대 수준에 묶여있다. 공급 가능한 파이의 크기 자체가 제한적인 셈이다.

문제는 이 한정된 생산량의 절대다수가 해외로 먼저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생산 물량의 76%에서 많게는 90%가 ‘인스터(INSTER)’라는 수출명으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우선 배정된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시장 선점이 시급한 해외 시장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매월 국내에 배정되는 차량은 수백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차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차


생산량은 정해졌는데 왜 내 차는 오지 않나

그렇다면 2교대로 전환해 생산량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GGM의 독특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 발목을 잡는다. 생산량 확대를 위한 2교대 전환은 노사민정 협의회의 복잡한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위탁사인 현대차가 장기적인 생산 물량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우려에 선뜻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물량 보장 없이 섣불리 인력을 확충했다가는 GGM이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결국 GGM은 1교대라는 보수적인 틀 안에서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수출 물량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니, 국내 소비자들은 기약 없는 대기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모순이 이어진다.



현대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자동차
현대 캐스퍼 일레트릭 / 현대자동차

2년의 기다림, 레이 EV로 눈 돌려야 할까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여기는 기아 레이 EV와 비교하면 캐스퍼의 가치는 더욱 명확해진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세제 혜택 후 가격이 프리미엄 트림 2,787만 원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100만 원대까지 떨어진다. 만약 당신이 서울에 거주하며 이 차를 구매한다면, 약 2,100만 원으로 준수한 성능의 전기차 오너가 될 수 있다.

이 가격에도 10.25인치 내비게이션, 오토홀드를 포함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이 기본이다. 다만,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포함된 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에 계약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리미엄 트림 대기자의 출고는 더욱 늦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캐스퍼 일레트릭
캐스퍼 일레트릭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차체를 키워 법적으로 ‘소형 SUV’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경차 취득세 전액 감면 혜택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친환경차 감면(최대 140만 원)이 적용돼 실납부 취득세는 약 55만 원 수준으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중대형 전기차에 비하면 초기 비용 부담이 훨씬 적다.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은 그대로 유지된다.

핵심 경쟁력은 주행거리와 공간에 있다. 49kWh 용량의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15km(15인치 휠 기준)를 주행한다. 저온 환경에서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LFP 배터리와 달리, NCM 배터리는 겨울철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 휠베이스도 2,580mm로 대폭 늘려 성인 남성이 2열에 타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반면 레이 EV는 복합 주행거리가 205km에 불과하다. 110km에 달하는 주행거리 차이는 도심을 벗어나는 순간 운전자의 ‘충전 불안’ 강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최근 공개된 기아 EV3와 비교해도 시작 가격에서만 1,2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GGM의 생산 구조가 야속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량의 완성도와 유지비를 따져본다면, 2년의 기다림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