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0부터 15년간 이어진 현대차 유럽 왜건 계보, 마침표 찍는다
SUV 대세 흐름 속, 전동화 전략 재편하며 라인업 정리 수순
i30 왜건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한 시대가 조용히 막을 내린다. 약 15년간 유럽 시장을 공략했던 특정 라인업이 사실상 생산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이는 SUV의 부상, 유럽 시장의 취향 변화, 그리고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실용성을 앞세웠던 이 차의 빈자리는 이제 다른 차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주인공은 3세대 i30 기반의 5도어 스테이션 왜건이다. 해치백 플랫폼에 뒤쪽 차체를 늘려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한 실용형 패밀리카로, 2017년 2월 유럽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이제 그 명맥이 끊기게 된 것이다.
i40에서 i30으로 이어진 15년 왜건 계보가 끊긴다
i30 왜건 /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유럽형 왜건 역사는 2011년 등장한 i40 왜건에서 본격화됐다. 중형급 왜건으로 유럽과 국내 시장에 함께 소개되며 약 8년간 현대차의 대표 실용차 역할을 맡았다. 이후 2019년경 i40이 단종되면서 후속 중형 왜건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준중형급인 i30 왜건이었다. 해치백보다 넓은 적재 활용성을 원하는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로, 독일이나 북유럽처럼 왜건을 패밀리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장에서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이번 생산 종료 결정으로 현대차가 약 15년간 이어온 유럽 전용 왜건 계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SUV가 왜건의 실용성마저 흡수한 배경
i30 왜건 / 현대자동차
왜건의 입지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같은 실용성을 SUV에서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왜건은 낮은 차체와 긴 적재공간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패밀리카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SUV는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운전 시야,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내세워 기존 왜건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현대차 역시 유럽에서 투싼, 코나, 싼타페, 베이온 등 SUV 및 크로스오버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시장 흐름에 대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짐을 많이 싣고 온 가족이 탈 차를 고를 때, 이제 왜건보다 SUV를 먼저 떠올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i30 왜건의 장점은 시장 전체가 공간 효율성과 전동화 대응력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빛을 잃었다.
국내 시장에서 왜건이 외면받은 이유도 명확했다
i30 왜건 / 현대자동차
국내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왜건의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SUV 비중은 51.2%에 달했지만, 해치백과 왜건은 합쳐서 3.5%에 그쳤다. 세단이 34.7%로 뒤를 이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SUV와 세단에 집중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3박스 세단이 격식 있는 차로, 왜건은 ‘짐차’에 가깝다는 인식이 남아있어 판매 확대가 어려웠다. i30 왜건이 유럽 전용 모델로 기획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실용성을 찾는 수요는 왜건이 아닌 SUV로 이동한 지 오래다.
결국 i30 왜건의 단종은 현대차가 유럽에서 어떤 차종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다. 투싼과 싼타페 같은 SUV 선택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전통 왜건은 더 이상 중심축이 되기 어렵다. 현대차 역시 한정된 개발 자원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동화 SUV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한 시대의 실용적인 패밀리카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대신하고 있다.
i30 왜건 실내 / 현대자동차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