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대형차 외면하고 경차로 몰리는 소비자들
차량 가격부터 유지비까지…불황에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선택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특히 경차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아 모닝의 판매량이 이례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모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2.1%나 치솟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변화, 특정 모델의 긴 출고 대기, 그리고 이에 따른 반사이익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 모델의 인기가 다른 경쟁 모델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캐스퍼 25개월 출고 대기가 만든 뜻밖의 결과
경차 시장의 열풍을 주도한 것은 단연 현대차 캐스퍼였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는 극심한 출고 적체로 이어졌다. 현재 캐스퍼 일렉트릭은 출고까지 20개월 이상, 일부 가솔린 모델은 최대 25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2년 가까운 대기 기간에 지친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수요는 즉시 출고가 가능한 기아 모닝으로 빠르게 흡수됐다. 실제로 모닝은 상반기에만 1만 1,995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82.1%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고물가에 대형차 외면한 소비자들의 선택
단순히 캐스퍼의 대기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 기준 자체가 변하고 있다. 대형차의 판매 부진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카니발 판매는 28.9% 감소했고, 팰리세이드 역시 36.1%나 줄었다. 차량 가격은 물론 세금과 유지비까지 꼼꼼히 따지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아 레이는 상반기 2만 4,380대가 팔리며 경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신차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1,000만 원 미만 실속형 차량과 경차의 판매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팔린 중고차 모델 역시 현대차 캐스퍼였으며, 더 뉴 레이와 더 넥스트 스파크가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저렴한 유지비를 앞세운 경차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캐스퍼의 출고 대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모닝과 레이가 누리는 반사이익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