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주행거리 숫자에 감탄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동력 구조의 차이
화웨이 기술력과 8,500만 원대 가격, 중국 시장 초기 반응이 뜨거운 배경
최근 중국에서 한 대형 SUV가 사전예약 2시간 만에 5,100대 이상 팔려나갔다. 제조사가 내세운 최대 주행거리는 무려 1,366km. 이 숫자만 보면 전기차 기술의 비약적 발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높은 초기 반응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주행거리와 함께 ‘EREV’라는 구동 방식, 그리고 화웨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순수 전기차의 단점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스텔라토 G9의 전략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366km 주행거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핵심은 동력 구조에 있다. 1,366km라는 수치는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다. 이 차는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모델로, 1.5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중요한 점은 이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엔진은 오직 발전에만 개입해 75kWh 용량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구동은 듀얼 모터가 담당하는, 사실상 전기차에 소형 발전기를 싣고 다니는 개념이다.
물론 순수 전기차(BEV) 모델도 함께 출시된다. 이 모델은 120kWh 배터리로 최대 727km를 주행한다. 두 모델의 주행거리 차이는 EREV가 연료와 전기를 모두 사용했을 때를 가정한 최댓값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EV9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
차체 크기만 보면 국내 대형 SUV 시장의 강자인 기아 EV9을 떠올리기 쉽다. 스텔라토 G9은 전장 5,206mm, 전폭 2,050mm, 휠베이스 3,160mm로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라이다 센서 등 첨단 사양도 빠짐없이 적용했다.
하지만 두 차량은 지향점이 다르다. 장거리 운행이 잦고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운전자에게는 EREV 방식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내연기관의 개입이 전혀 없는 순수한 전기차 경험을 원한다면 EV9과 같은 BEV가 더 적합하다.
결국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기보다, 각자의 운전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문제다. 단순히 주행거리 숫자만으로 두 차량의 우위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배경이다.
가격과 브랜드 힘이 만든 초기 돌풍
스텔라토 G9의 초반 흥행은 결국 기술과 시장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 현지 사전판매 가격은 43만 9,8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8,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대형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대다.
여기에 화웨이가 스마트카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적 신뢰도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장거리 주행과 충전에 대한 불안감을 정면으로 파고든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다만 국내 인증 기준과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366km가 특정 조건 하의 EREV 방식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긴 주행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