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에 희비 엇갈린 산업계, 자동차는 웃고 항공은 울상
수출 대기업은 ‘환차익’ 기대감…원자재 수입·외화 부채 기업은 ‘초비상’
수출 선적 부두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글로벌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자, 산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과 수입 의존도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자동차 업계, 단기 호재 속 장기 부담 공존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업계는 환율 급등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 판매 대금이 달러로 결제되면서,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 매출이 약 4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일부 부품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고,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과거만큼의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품업계 그림자 짙어지는 원가 압박
수출 선적 부두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완성차 업체와 달리, 국내 부품업계는 환율 상승의 그늘이 더욱 짙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원화 약세는 곧바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비용 상승분을 완성차 업체와의 납품 단가에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중·장기 계약으로 단가가 고정되어 있어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기업 부품사는 해외 생산 거점을 통해 환율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부품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 부품업계 전문가는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하면 부품업계 내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항공업계 환율 상승 직격탄 맞았다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의 최대 피해 업종으로 지목된다. 항공기 운항에 필수적인 항공유 구매 비용, 항공기 리스료, 해외 공항 이용료 및 정비 비용 등 핵심 지출 항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물론, 특히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타격은 더욱 크다.
생산 라인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항공사들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외화평가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은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를 위축시켜 항공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환율 변동성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기업들의 정교한 환헤지 전략과 비용 구조 관리 능력이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 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과 함께, 각 기업의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