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규모 99.9% 축소 공시
LG엔솔 이어 연쇄 계약 해지, 배터리 업계 ‘캐즘’ 공포 확산
엘앤에프 로고 사진 / 사진=아세안익스프레스
국내 2차전지 양극재 대표 기업인 엘앤에프가 테슬라와 맺었던 수조 원대 규모의 공급 계약이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당초 3조 8000억 원에 달했던 계약 금액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3조원이 900만원으로 휴지조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2월 테슬라와 체결했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 금액을 정정 공시했다. 당초 계약 규모는 3조 8347억 원이었으나, 이번 정정을 통해 973만 원으로 변경됐다. 이는 무려 99.99%가 감액된 수치로, 사실상 실제 납품된 극소량의 물량을 제외하고는 계약 자체가 취소된 셈이다.
당초 해당 계약은 2024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2년간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약 종료를 목전에 두고 확정된 공급액이 1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공급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 / 사진=엘앤에프
테슬라의 변심 배터리 전략 수정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계약 무산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테슬라의 배터리 전략 수정을 꼽는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테슬라가 자체 생산하려던 4680 배터리 양산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계약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춰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다만 엘앤에프 측은 이번 건과 별개로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들을 향한 출하는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LG엔솔 이어 도미노 악재 우려
테슬라 차량 / 사진=테슬라 코리아
문제는 이 같은 계약 해지 사태가 엘앤에프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근 잇달아 대규모 계약이 무산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포드 및 FBPS와의 계약 해지로 총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수주 물량을 잃었다.
엘앤에프와 LG에너지솔루션 두 기업에서만 불과 한 달 사이 17조 원이 넘는 계약이 증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가동률 50% 뚝 혹한기 견뎌야
실제로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70% 수준에서 올해 50%대까지 급락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 역시 2021년 세 자릿수 성장에서 올해 10%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유럽의 내연기관 규제 완화 움직임이 겹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는 의미 있는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비전기차 부문의 수요가 일부 방어막 역할을 할 수는 있겠으나, 주력인 전기차 시장의 반등 없이는 실적 개선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테슬라발 충격이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될지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