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온도·습도별 장기 보관 실험 결과 공개

일부 곰팡이 독소, 270도 이상 고열에도 안 사라져

사진 : 고춧가루 / unsplash.com
사진 : 고춧가루 / unsplash.com
오래 두고 먹을 음식은 일단 냉동실에 넣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식품에 이 공식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요리에 빠지지 않는 고춧가루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이 10개월 이상 진행한 장기 보관 실험에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가 믿었던 냉동 보관이 오히려 곰팡이 발생량을 늘릴 수 있다는 상황이 관찰됐다.

-20°C 냉동보다 10°C가 나았던 이유

실험은 -20°C, 0°C, 4°C, 10°C 네 가지 온도 조건에서 진행됐다. 각 조건에 놓인 1kg 포장 고춧가루에서 10일마다 시료를 채취해 곰팡이 발생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일반적인 냉동실 온도인 -20°C를 포함해 0°C, 4°C 조건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곰팡이 발생량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반면 10°C에서 보관한 고춧가루는 10개월 내내 곰팡이 발생량이 가장 적었고, 검출량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10°C를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다만 냉동(-20°C~-18°C)과 냉장(3~4°C)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실험 결과에 따라 냉장 보관이 더 나은 방법이다.

온도만큼 중요했던 습도의 역할

사진 : 고춧가루 / unsplash.com
사진 : 고춧가루 / unsplash.com


고춧가루 보관에서 온도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는 습도였다. 고춧가루는 습기에 매우 취약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습도를 51%, 69%, 93% 세 가지 조건으로 나누어 곰팡이 발생량을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습도 93% 환경의 곰팡이 발생량이 51%, 69% 환경보다 월등히 많았다. 51%와 69%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 : 고춧가루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고춧가루


이는 가정에서 고춧가루를 보관할 때 반드시 밀폐용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외부 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곰팡이를 막는 핵심 조건 중 하나다.

팔팔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 독소

사진 : 고춧가루 곰팡이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고춧가루 곰팡이


고춧가루의 보관 환경이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에 있다. 고춧가루에서는 주로 아스퍼질러스와 페니실리움 같은 곰팡이가 발생한다. 이 중 일부 아스퍼질러스종은 강력한 독소를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것이 아플라톡신과 오크라톡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아플라톡신은 특히 위험하다. 오크라톡신 역시 콩팥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사진 : 찌개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찌개


더 큰 문제는 이 독소가 열에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아플라톡신을 분해하려면 270~280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하다. 찌개나 국을 끓이는 일반적인 조리 과정으로는 독소가 전혀 제거되지 않는다. 한번 곰팡이가 핀 고춧가루는 먹지 말고 버려야 하는 이유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