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아무 데나 끌고 가지 마세요”
유럽 관광지 달라진 여행 규칙
호텔 체크아웃은 오전 11시, 비행기는 저녁 8시. 남는 시간에 유명 미술관 하나 더 보고 공항으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지만, 캐리어를 끌고 갔다가는 입구에서 일정이 꼬일 수 있다. 유럽 인기 관광지 곳곳에서 대형 가방과 캐리어 반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시 입장료와 관광버스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유럽 자유여행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입장권을 샀다고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프랑스 파리 여행의 단골 코스인 루브르박물관부터 주의해야 한다. 루브르는 55×35×20㎝를 넘는 가방이나 캐리어를 박물관 안으로 가져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작은 물품을 보관할 무료 사물함은 있지만 기준보다 큰 여행용 캐리어라면 다른 보관 장소를 찾아야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두칼레궁전도 캐리어와 트롤리 등 부피가 큰 짐의 반입을 제한한다. 특히 가방 세 변의 합이 1m를 넘는다면 내부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피렌체도 마찬가지다. 우피치미술관에서는 큰 가방과 배낭 등을 보관소에 맡겨야 하며, 우피치와 피티궁전을 연결하는 바사리 회랑은 캐리어를 비롯한 부피가 큰 물품의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여행 첫날보다 마지막 날이 문제다. 호텔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끌고 관광하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짰다면 입장 규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더라도 캐리어를 맡길 곳을 찾아 다시 이동하다 보면 정작 관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캐리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다. 과거 이곳에서는 ‘구시가지 돌길에서 바퀴 달린 캐리어를 끌면 약 260유로의 벌금을 낸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캐리어를 들고 다녀야 하나 고민될 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캐리어를 끄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벌금을 물리는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두브로브니크가 ‘Respect the City’ 캠페인을 통해 구시가지 돌길에서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끌기보다 들어 이동하도록 권고한 내용이 ‘캐리어 금지’로 확대돼 알려진 것이다.
다만 관광객 관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브로브니크는 관광객이 한꺼번에 구시가지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크루즈선 입항과 관광버스 도착 등을 관리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가 관광객을 무조건 많이 받는 대신 ‘언제, 얼마나 들어오느냐’까지 신경 쓰기 시작한 셈이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인 도시 베네치아는 한발 더 나갔다.
올해 특정 혼잡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 역사도심을 찾는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받았다. 미리 납부하면 5유로, 방문일에 가까워져 납부하면 10유로였다. 올해 운영은 지난 7월 26일 종료돼 현재는 해당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오버투어리즘’이 있다. 관광객이 특정 지역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민 생활과 교통, 주거 환경은 물론 문화유산 보존까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객에게는 작은 변화처럼 보여도 실제 여행에서는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항공권과 숙소, 관광지 휴관일 정도만 확인했다면 이제는 도시 입장료와 사전예약 여부, 짐 반입 규정까지 살펴봐야 한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여행 마지막 날 동선을 짤 때 캐리어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관광할 예정이라면 숙소에 짐을 맡길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어렵다면 역이나 공식 짐 보관시설을 찾아두는 것이 좋다. 관광지 홈페이지에서 ‘luggage’, ‘bag’, ‘cloakroom’ 등의 항목을 검색하면 반입 가능한 가방 크기나 보관시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관광지에 가면 당연히 물품보관함이 있겠지’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경우 캐리어를 맡기기 위한 일반 보관시설을 운영하지 않는다. 타워 방문객을 위한 보관함은 있지만 타워에 올라가는 동안 가방과 배낭 등을 보관하는 용도다.
결국 유럽 자유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일정은 의외로 마지막 날의 ‘욕심’일 수 있다. 체크아웃하고 캐리어를 끈 채 관광지 하나만 더 보고 공항에 가려다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입장권을 예약했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캐리어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가볍게 움직이는 것. 유럽 여행 마지막 몇 시간을 허무하게 날리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