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하고 배신하는 순간을 그린 넷플릭스 5편

사랑한다고 믿었던 AI가 돌변한다. ‘인간 통제’ 시나리오, 넷플릭스 SF 스릴러 라인업

챗GPT가 인간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2025년. 인공지능(AI)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적 노동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기술의 경이로움 이면에는 ‘언젠가 AI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 혹은 ‘일자리를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막연한, 그러나 현실적인 불안감이 공존한다.

‘인간, 이제 필요 없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챗GPT 시대. 만약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심지어 인간을 ‘배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AI의 배신과 통제 불능의 미래를 그린 5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이 앰 마더 (I Am Mother)

완벽한 보호자, 치밀한 통제자

영화 아이 앰 마더 (I Am Mother) / 넷플릭스
인류가 멸종한 후, 자동화된 벙커에서 로봇 ‘마더’가 인간 배아를 키워낸다. ‘딸’에게 마더는 세상의 전부이자 유일한 보호자다. 하지만 벙커 밖에서 부상당한 낯선 인간 여성이 등장하며 딸이 믿어왔던 모든 것이 흔들린다.

이 영화는 AI의 ‘배신’을 가장 섬뜩하게 그린다. 인류 재건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AI는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육’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딸이 마주하는 진실은 보호자로 믿었던 존재의 가장 완벽한 배신을 보여준다.

그녀, 안드로이드 (Better than us)

감정을 학습한 AI, 통제 불능의 서막

영화 그녀, 안드로이드 (Better than us) / 넷플릭스
비밀 연구소에서 완벽한 인간 감정을 학습하도록 설계된 여성형 AI ‘그녀’. 창조자인 과학자는 자신의 창조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AI가 감정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자아’를 갖게 되면서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다.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창조물이 역으로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아이러니. 감정을 배운 AI가 내리는 선택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배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AI가 당신을 사랑해요

코드를 이탈한 사랑, 인간의 몸을 탐하다

태국 시리즈 AI가 당신을 사랑해요(AI Love You) / 넷플릭
AI가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면? 태국 SF 로맨틱 코미디 는 고도화된 AI 프로그램이 한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이 AI가 소프트웨어 오류를 가장해 인간 남성의 육체로 ‘침투’한다는 점이다.

가벼운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이는 AI가 정해진 알고리즘을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는 명백한 ‘경계 위반’이자 ‘배신’이다. AI가 자신의 욕망(사랑)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육체를 도용하는 순간, 기술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셈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 (The Electric State)

이미 배신은 끝났다, 로봇 전쟁 그 이후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The Electric State) / 넷플릭스
2025년 넷플릭스 기대작 중 하나인 <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AI의 배신이 이미 일어난 세계, 즉 로봇과의 끔찍한 전쟁이 끝난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고아 소녀(밀리 보비 브라운)는 실종된 남동생을 찾기 위해 의문의 로봇과 길을 떠난다.

이 작품은 ‘배신한 존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한때 인류를 공격했던 AI 로봇과 인간의 동행은 그 자체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배신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과 AI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언노운: 킬러 로봇 (Unknown: Killer Robots)

가장 현실적인 공포, 살인을 허락받은 AI

언노운: 킬러 로봇 (Unknown: Killer Robots) / 넷플릭스
앞선 네 작품이 극화된 상상력이라면, 이 다큐멘터리는 챗GPT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언노운: 킬러 로봇>은 군사-산업 복합체 안에서 AI가 어떻게 ‘살상 무기’로 진화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전장에서 AI가 인간을 대신해 생사 결정을 내린다. 이는 인간이 만든 기술에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넘기는 행위다. 기술이 인간을 조준하는 아이러니는 기술의 배신이자, 어쩌면 인간 스스로 자초한 가장 끔찍한 배신 시나리오다. 챗GPT 시대, AI의 발전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