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팰리세이드 어떡하나”...충전 걱정 없는 전기 패밀리카, 토요타가 먼저 깃발 꽂았다

‘하이브리드의 명가’ 토요타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라는 카드를 시장의 예상보다 한발 앞서 꺼내 들었다. 자사의 주력 패밀리카인 하이랜더와 시에나의 차세대 모델에 이 기술을 탑재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2026년 GV70을 시작으로 EREV 시대를 열려던 현대차그룹과의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토요타 시에나 (출처=토요타)
토요타 시에나 (출처=토요타)


‘하이브리드 왕’의 기습, 판을 뒤흔들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하이브리드가 다시금 주목받는 지금, 토요타가 영리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2일 중국에서 열린 기술 행사에서, 대형 SUV 하이랜더와 ‘아빠들의 드림카’ 시에나의 차세대 모델 심장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토요타 하이랜더 (출처=토요타)
토요타 하이랜더 (출처=토요타)
이는 기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넘어, 사실상 전기차에 더 가까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공들여 개발 중인 기술에 먼저 깃발을 꽂으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래서 ‘EREV’가 대체 뭔데?

EREV,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엔진 달린 전기차’**라고 생각하면 가장 쉽다.

바퀴를 굴리는 힘은 100% 전기모터에서 나온다. 기존 하이브리드와 다른 점은, 엔진이 바퀴에 힘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오직 전기를 만드는 ‘휴대용 발전기’ 역할만 한다는 것이다.
토요타 시에나 실내 (출처=토요타)
토요타 시에나 실내 (출처=토요타)


덕분에 운전자는 전기차 특유의 부드럽고 강력한 주행감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엔진이 알아서 전기를 만들어주니 충전 스트레스에서는 완전히 해방된다. 전기차의 장점과 하이브리드의 장점만을 쏙 빼온 ‘궁극의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이유다.

카니발·팰리세이드보다 먼저 나온다고?

토요타의 이번 선언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현대차그룹과의 ‘타이밍’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2026년 출시될 제네시스 GV70을 시작으로 EREV 기술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토요타가 한발 앞서 기아 카니발과 현대 팰리세이드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에 EREV를 먼저 얹겠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차보다 먼저 ‘충전 걱정 없는 전기 패밀리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토요타 하이랜더 실내 (출처=토요타)
토요타 하이랜더 실내 (출처=토요타)
물론 이번 발표는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국내나 북미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두 거인의 정면승부가 막 올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토요타의 큰 그림, ‘전부 다 한다’

토요타는 EREV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연비와 성능을 더욱 개선한 6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순수 전기차의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하이브리드, EREV 등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전동화 라인업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토요타 캠리 (출처=토요타)
토요타 캠리 (출처=토요타)
토요타의 EREV 참전 선언으로,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의 ‘제3지대’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기차의 주행감과 하이브리드의 편의성을 모두 잡으려는 이 새로운 기술이 과연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의 대세가 될 수 있을지, 두 거인의 움직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