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아반떼의 벽은 높았다…쓸쓸히 퇴장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선 ‘진가’ 발휘

기아의 준중형 세단 K3가 2024년형을 마지막으로 국내 무대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리터당 20km를 넘나드는 동급 최강의 연비와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지만, ‘숙명의 라이벌’ 아반떼의 높은 벽과 SUV 열풍을 넘지 못하고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K3 (출처=기아)


기름값 걱정 없는 ‘연비 괴물’, 하지만…

K3의 최대 강점은 단연 연비였다. 고속도로에서는 22.1km/L라는,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효율을 보여줬다. 매일 차를 쓰는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 트렁크 공간도 동급에서 가장 넓어 실용성 면에서는 아쉬울 게 없었다.

기아 K3 측후면 (출처=기아)
기아 K3 측후면 (출처=기아)
하지만 심장이 너무 얌전했다. 효율에 모든 것을 집중한 나머지, 운전의 재미는 아반떼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부드럽지만 다소 심심한 주행 감성은 ‘펀 드라이빙’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아 K3 측면 (출처=기아)
기아 K3 측면 (출처=기아)
신차일 땐 ‘찬밥’, 단종되니 ‘혜자’로운 중고차

결정적으로 K3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아반떼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동안, K3는 너무 평범했다. SUV가 대세가 된 시장의 흐름도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판매량은 아반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단종의 길을 걷게 됐다.
기아 K3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기아)
기아 K3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기아)


하지만 단종된 지금, K3는 최고의 ‘가성비 중고차’로 재평가받고 있다. 쌩쌩한 2021년식 모델을 1,200만원대에, 초기 모델은 1,000만원 아래로도 구할 수 있다. 뛰어난 연비 덕에 유지비 걱정도 적어, 첫차나 경제적인 세컨드카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보물’이 없다.
기아 K3 실내 (출처=기아)
기아 K3 실내 (출처=기아)


K3는 갔지만, K4가 온다

K3는 비록 시장에서 패배했지만, 실용성과 경제성이라는 확실한 가치를 남겼다. 이제 그 바통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후속 모델 ‘K4’에게 넘어갔다. K4가 K3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해, 아반떼와의 경쟁에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