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시작된 보험료 혁명, 테슬라 FSD가 사고율 5배 낮췄다
인간보다 안전한 AI 운전… 국내 보험업계도 변화의 기로에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운전대를 잡는 대신 특정 기능만 활성화하면 자동차 보험료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사용하는 운전자에게 파격적인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상품이 등장하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운전자를 위한 혜택을 넘어, 인간 중심이었던 기존 보험 산업의 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이 실제 사고율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국내 보험 시장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간보다 5배 안전한 AI 운전사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 온라인 보험사 ‘레모네이드’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테슬라 FSD 기능을 활성화하고 주행하면 마일당 보험료를 최대 50%까지 절감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능 사용 여부를 보험료 산정에 직접적으로 연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의 근거는 명확한 데이터에 있다. 테슬라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FSD나 오토파일럿을 사용했을 때 사고 발생률은 1억 마일(약 1억 6천만 km)당 0.3건에 불과했다. 반면, 인간 운전자의 평균 사고율은 같은 거리에서 1.6건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약 5배 이상 안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모네이드는 시스템이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위험도가 낮은 자율주행 구간에 차등 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보험료 산정의 패러다임이 운전자의 ‘습관’에서 차량의 ‘기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쓰면 쓸수록 저렴해지는 보험료

이번에 출시된 보험 상품은 차량 센서와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주행거리 비례(Pay-per-mile) 구조를 채택했다. FSD가 활성화된 구간에만 할인이 적용되므로, 차량 소유 자체가 아닌 실제 주행에서 발생하는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레모네이드는 애리조나주를 시작으로 미국 내 14개 주까지 상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테슬라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기존 보험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할인 폭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FSD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를 통해 안전성이 더욱 향상되면 보험료가 추가로 인하될 여지도 남겨두었다. 현지 테슬라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이제 짧은 거리도 무조건 FSD를 켜고 다닌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국내 보험업계의 고민 깊어진다

자율주행 기술로 인한 보험료 인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로봇 운전자’가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주 수익원인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험료 부담은 역설적으로 인간 운전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자율주행차와 인간 운전자가 얽힌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비율이 인간 쪽으로 기울어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 보상 범위도 단순 외형 수리를 넘어 고가의 센서와 시스템 손상까지 포함돼 보험료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내 보험 업계도 이러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운전 습관 점수를 기반으로 한 제한적인 할인(UBI)에 머물러 있지만, FSD와 같은 특정 기능을 보험료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 규명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 시장을 넘어 보험 산업의 지형까지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