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쏟아지던 터치스크린 버리고 물리 버튼으로… 폭스바겐의 파격적인 역주행
카세트 테이프 감성까지? 골프·폴로 헤리티지 앞세워 중국 전기차와 정면 승부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모든 것을 화면에 담으려던 전기차 시장의 흐름에 폭스바겐이 반기를 들었다. 최근 공개된 신형 전기차 ‘ID. 폴로’는 대형 터치스크린 중심의 최신 트렌드를 거스르고 운전자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능에 물리 버튼을 대거 되살렸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기존 ID.4 등에서 소비자들의 혹평을 불렀던 정전식 터치 버튼과 복잡한 메뉴 구조에 대한 반성이자, 주행 중 화면 조작의 위험성을 줄이려는 유럽의 규제 강화 기조에 발맞춘 전략적 선택이다.

디지털로 재해석된 아날로그 감성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ID. 폴로의 진짜 매력은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아날로그 감성에서 드러난다. 디지털 계기판은 마치 1세대 골프와 초기 폴로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바늘이 움직이는 듯한 속도계, 1980년대 카시오 전자시계를 연상시키는 LED 스타일 시계, 레트로 그래픽으로 표현된 배터리 잔량은 과거 폭스바겐의 영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전기차에는 불필요한 엔진 회전수 계기판(타코미터) 형태의 파워 게이지를 포함시킨 점은 인상적이다. 이는 내연기관 해치백을 몰던 운전의 재미와 감성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폭스바겐의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추억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인테리어



실용성보다는 감성에 집중한 연출의 정점은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레트로 모드’를 활성화하면 음악 재생 화면이 카세트 테이프 데크의 모습으로 바뀐다. ‘LOW NOISE’ 같은 문구와 테이프의 A면과 B면을 표시하는 디테일까지 살려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이 기능은 카세트 테이프를 직접 사용했던 세대에게는 추억을, 아날로그 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Z세대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물론 감성만 챙긴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유사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개선해 사용 편의성도 확보했다.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헤리티지로 중국산 EV에 맞서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다.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차별점을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골프’와 ‘폴로’라는 이름이 유럽 시장에서 가지는 강력한 감정적 자산, 즉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ID. 폴로는 유럽 기준 2만 5,000유로(약 3,700만 원)의 합리적인 시작 가격과 WLTP 기준 최대 45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확보해 상품성도 갖췄다. 여기에 고성능 버전인 GTI 모델 출시까지 예고하며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소비자들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숫자 경쟁이 아닌 감성과 기억으로 승부수를 던진 폭스바겐의 전략이 치열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ID.폴로 - 출처 : 폭스바겐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