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하이브리드를 앞질렀다. 일시적 현상을 넘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가와 정부 보조금이 맞물리면서 현대차·기아의 주력 모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Ev5 / 사진=Kia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세’로 통하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가 눈에 띄게 꺾인 것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 유지비 이점, 그리고 정부 정책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하이브리드의 시대는 이대로 저물게 되는 것일까.
사상 첫 역전, 숫자로 증명된 시장 변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 5,766대로, 2만 9,112대에 그친 하이브리드를 6,600여 대 차이로 따돌렸다. 국내 시장에서 월간 판매량으로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전기차는 170%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반면, 하이브리드는 17.1%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두 배 이상 팔리던 시장 구도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같은 값이면 전기차, 기아 EV5의 돌풍
이러한 변화는 동일 브랜드 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아의 경우, 준중형 SUV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월 1,301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44.5%나 판매량이 줄었다.
반면 비슷한 체급의 순수 전기 SUV인 EV5는 같은 기간 2,524대가 팔리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압도했다. 두 모델의 실구매 가격대가 3천만 원 후반에서 4천만 원 초반으로 겹치면서, 저렴한 유지비를 앞세운 전기차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오닉의 질주
현대자동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력 모델인 싼타페와 투싼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각각 44%, 45.4% 급감했다. 그 빈자리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채웠다. 아이오닉 5는 전년 대비 120% 증가한 3,227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대형 SUV 시장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내연기관 모델인 팰리세이드 판매량이 주춤하는 사이,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무려 681.7%라는 경이로운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기름값 부담과 보조금 마감 임박 효과
전기차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료비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불을 붙였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전기차 강세, 하이브리드 약세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