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8천만 원, 당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던 초호화 세단.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이 진짜 주인이었던 이 차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국내 단 100대 미만이라는 극단적 희소성이 만들어낸 전설, 마이바흐 62S의 숨겨진 이야기.

배용준의 차 마이바흐 62 / 온라인 커뮤니티
배용준의 차 마이바흐 62 / 온라인 커뮤니티


도로 위를 달리는 아파트. 한때 성공의 정점을 상징했던 자동차가 있다. 판매 부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 모델, 바로 마이바흐 62다. 이건희, 배용준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선택했던 이 차가 단순한 ‘비싼 차’를 넘어 전설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극단적인 희소성, 오직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설계,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표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왜 사람들은 단종된 이 차에 다시 주목하는 것일까?

국내 100대 미만, 돈 있어도 구하기 힘든 차



마이바흐 62 / 벤츠
마이바흐 62 / 벤츠


마이바흐 62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가장 큰 이유는 극단적인 희소성이다.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10년간 판매된 차량은 1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2007년 기준 국내 출시 가격이 7억 8,000만 원에 달했으니, 당시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가격 장벽은 자연스럽게 이 차를 소수만의 전유물로 만들었다.

결국 판매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2013년형을 끝으로 단종됐지만,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더 이상 새 차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기존 오너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중고 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의 가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었던 차, 그것이 마이바흐 62였다.

운전기사는 거들 뿐 진짜 주인은 뒷좌석에



마이바흐 62의 본질은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이 차는 운전의 즐거움이 아닌, 탑승의 편안함과 권위를 위해 태어났다. 뒷문은 거의 90도로 활짝 열려 어떤 자세에서도 품위 있는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실내에 들어서면 운전석과 뒷좌석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전동식 파티션이 눈에 띈다. 투명과 불투명으로 조절 가능한 이 파티션은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며, 필요시에는 인터컴 시스템으로 운전기사와 소통할 수 있었다. 항공기 일등석을 방불케 하는 리클라이닝 시트와 마사지 기능은 이동 시간을 최고의 휴식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마이바흐 62 / 벤츠
마이바흐 62 / 벤츠


옵션 하나가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



실내 구성은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당시 기준으로도 압도적인 사양들은 마이바흐가 어떤 고객을 목표로 했는지 명확히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장을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전동식 스카이라이트’ 옵션이다. 이 옵션 하나의 가격이 약 6,000만 원에 달했다는 사실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뒷좌석에는 DVD 플레이어, TV 모니터, 전용 헤드폰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과 샴페인 냉장고까지 갖춰져 있었다.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움직이는 프라이빗 라운지를 구현하려 했던 마이바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부분이다.

단종 이후 더욱 선명해진 존재감



마이바흐 62S 실내 / 벤츠
마이바흐 62S 실내 / 벤츠


물론 마이바흐 62가 완벽하다는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지나치게 닮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을 끝으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이러한 평가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많이 팔리지 않았기에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바로 그 희소성 때문에 오늘날 더욱 특별한 클래식 럭셔리로 회자되는 것이다. 마이바흐 62는 한 시대의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다.

마이바흐 62S / 벤츠
마이바흐 62S / 벤츠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