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표팀 하차 위기, 포르투갈전 앞두고 벌어진 비하인드

전담 치료사까지 붙여준 히딩크 감독의 파격적인 결단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이영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이영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가 20여 년 만에 아찔했던 비화를 공개했다. 당시 심각한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방출될 뻔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다. 그를 나락에서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거스 히딩크 당시 감독의 예상 밖 한마디였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이 일화는 당시 대표팀 내부에 존재했던 `부상`, `방출 위기`, 그리고 이를 뒤집은 `히딩크의 믿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상 악재에 가려졌던 방출 위기의 순간



이야기의 시작은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나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에 나선 방송인 전현무가 긴장감을 토로하자, 해설위원으로 함께한 이영표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영표 해설위원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부상으로 방출될 위기였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영표 해설위원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부상으로 방출될 위기였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그는 2002년 월드컵 개막 직전 종아리 근육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로 인해 폴란드와의 조별예선 1차전과 미국과의 2차전에 모두 결장했다.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핵심 선수의 부상은 팀에 치명적이며, 대체 선수 발탁을 위해 부상자를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영표 역시 “원래는 팀에서 나갔어야 했다”며 당시의 심각했던 분위기를 회고했다. 실제로 코칭스태프 내부에서도 그의 거취를 두고 심각한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본인조차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히딩크의 믿음이 이영표의 운명을 바꿨다



모두가 그의 대표팀 하차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순간, 상황은 급반전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영표를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부른 것이다. 이영표는 “감독님이 나를 불러 방출 통보를 하는 줄 알았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반대였다. 그는 “너와 1년 동안 함께 고생했는데, 이 부상 때문에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영표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감독의 이 한마디는 한 선수의 월드컵 운명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히딩크 감독은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온 물리치료 전담팀 스태프였던 아노와 윌코 중, 윌코를 이영표에게만 전담 배치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다른 선수들의 회복 프로그램을 일부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감독의 믿음과 전폭적인 지원에 이영표는 남다른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이영표는 “그렇게 하고 월드컵을 뛰었으니 경기장에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려는 그의 투지는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전부터 폭발했고,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는 4강 신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만약 당신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면, 리더의 믿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공감할 것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추억담을 넘어,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