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 집에서 즐길 ‘몰입도 최강’ 스릴러 영화

예측 불가능한 반전, 극한의 서스펜스, 독특한 설정으로 2시간 순삭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생각나는 장르가 있다. 따뜻한 이불 속에 파고들어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을 즐기는 것, 바로 스릴러 영화다. 하지만 방대한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서 ‘제대로 된’ 스릴러 한 편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어설픈 긴장감이나 예측 가능한 반전에 실망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여기 2시간을 완벽하게 ‘순간 삭제’시킬 몰입도 최강의 넷플릭스 스릴러 4편을 소개한다.

뇌를 뒤흔드는 K-스릴러의 반격



기억의 밤 / 넷플릭스
기억의 밤 / 넷플릭스
한국형 스릴러는 특유의 촘촘한 서사와 강렬한 심리 묘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기억의 밤’(2017)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납치됐던 형 ‘유석’이 19일 만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동생 ‘진석’은 자신이 알던 형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에 혼란을 겪고, 매일 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집안에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은 초반부 미스터리부터 후반 30분 몰아치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관객의 예상을 철저히 배반하며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를 느끼게 한다.

영화 콜(2020) / 넷플릭스
영화 콜(2020) / 넷플릭스
시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역시 한국 작품이 강점을 보인다. 이충현 감독의 ‘콜’(2020)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두 여자가 낡은 전화기 하나로 연결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현재의 ‘서연’(박신혜)과 과거의 ‘영숙’(전종서)은 처음엔 사소한 대화를 나누지만, 과거의 작은 변화가 현재를 끔찍하게 뒤바꾸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두 여자의 광기 어린 사투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연쇄살인마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압도적인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감각을 차단한 극한의 공포

버드박스 / 넷플릭스
버드박스 / 넷플릭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공포를 유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2018)는 ‘눈을 뜨고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단 하나의 강력한 설정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재앙이 닥친 세상, 주인공 ‘맬러리’(산드라 블록)는 두 아이의 눈을 가린 채 유일한 안전지대를 찾아 험난한 강을 따라 내려간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오직 소리와 직감에 의지해 생존해야 하는 이들의 여정은 그 어떤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보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주는 원초적인 압박감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스크린에 묶어둔다.

소리만으로 구축한 완벽한 스릴

더 길티 / 넷플릭스
더 길티 / 넷플릭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도 있다. ‘더 길티’(2021)는 911 긴급 전화 상담원 ‘조’(제이크 질렌할)가 받는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영화다.

정체 모를 여성에게서 납치 의심 전화를 받은 ‘조’는 오직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와 미세한 소리들에만 의지해 여성을 구출하려 고군분투한다. 911 콜센터라는 한정된 공간, 화면은 시종일관 주인공 ‘조’의 얼굴을 비추지만, 관객의 머릿속에서는 소리를 단서로 한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제이크 질렌할의 신들린 연기와 정교하게 설계된 사운드는 눈에 보이는 것 없이도 완벽한 스릴러를 완성해낸다.

소개된 네 편의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반전, 고립된 공간, 감각의 차단, 소리를 이용한 추격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심리를 압박한다. 뻔한 전개에 지쳤거나 차가운 밤공기만큼이나 서늘한 긴장을 원한다면, 오늘 밤 이 영화들과 함께 완벽한 몰입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