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물과 소화불량의 불편한 진실. 식사 중 들이켜는 물 한 잔이 위장에 미치는 영향
소화 효소 희석시키고 위산 농도 낮추는 최악의 습관과 올바른 수분 섭취 가이드

물을 마시는 양 만큼이나 방법이 중요하다. 물 섭취 적절한 타이밍과 온도
“물 많이 마시세요!” 피부 미용부터 에너지 증진까지, 물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더 큰 용량의 텀블러를 사고, 스마트폰 알람까지 맞춰가며 하루 권장량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철저히 지켜온 이 습관이 오히려 지긋지긋한 복부팽만, 속 쓰림, 소화불량의 주범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물을 마시는 ‘양’만큼이나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심코 행해온 작은 습관이 당신의 소화 효소를 희석시키고 위산의 작용을 방해해 소화 시스템 전체를 느리게 만들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물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통해 더부룩함 없는 편안한 속을 만들어 보자.
위산 희석, 소화 효소 기능 저하… 식사 중 물이 문제
음식물이 위장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위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추출하기 위해 강력한 산성 환경을 유지한다. 평균 pH 1.5~3.5의 강한 산성을 띠는 위산과 각종 소화 효소의 정교한 균형을 통해 효율적인 소화가 이루어진다.소화 효소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같은 거대 영양소를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는 작은 분자로 쪼개는 ‘가위’ 역할을 한다. 이 효소들은 농도가 짙을 때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식사 도중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이는 소화 효소를 희석시켜 가위 날을 무뎌지게 만드는 것과 같다.
또한, 물은 위산의 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사 중 마시는 물은 위의 산도를 낮춰 소화 작용을 방해하고,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균을 살균하는 위산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결국 위산과 효소의 기능이 모두 저하되면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발효가 일어나며 가스와 복부팽만, 불쾌한 더부룩함을 유발하게 된다.

식사 중 마시는 물은 위의 산도를 낮춰 소화 작용을 방해하고,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균을 살균하는 위산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소화력을 높이는 ‘스마트’ 수분 섭취법
그렇다면 위장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수분 섭취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양’이 아닌 ‘타이밍’과 ‘온도’에 있다.가장 중요한 습관은 식사 중이 아닌 ‘식사 사이’에 물을 마시는 것이다. 식사하기 약 30분 전에 물 한 잔을 마셔 위장이 소화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식사 중에는 가급적 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넘기기 위해 물을 마시는 습관은 특히 피해야 한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하루 종일 조금씩 꾸준히 ‘나눠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는 몸이 수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게 하고, 위장에 갑작스러운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하루 종일 조금씩 꾸준히 나눠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한 전문가는 “수분 섭취는 필수적이지만, 식사 직전이나 도중에 500m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은 위액을 희석시켜 소화 지연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개인의 소화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물은 식사와 최소 30분 간격을 두는 것이 위장 건강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하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은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당신의 소화 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건강한 물 섭취 법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