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사람이 들어간다’
일본 폭염이 만든 생존 장비
1350만원에도 팔리는 이유
사진=생성형 이미지
일본 기계공구 제조사 트러스코 나카야마가 개발한 ‘도 히에몬 박스’는 성인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동식 냉각 부스다. 이름은 냉장고지만, 식품을 보관하는 용도가 아니라 열사병 위험이 있는 사람의 체온을 단시간에 낮추기 위한 장비다.
사진=트러스코 유튜브 캡처
일본은 최근 몇 년 사이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이어졌고, 건설 현장이나 제철소, 물류창고처럼 냉방시설 설치가 어려운 작업 환경에서는 열탈진과 열사병 위험도 커졌다.
특히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몸속에 열이 쌓여도 즉시 체온을 낮출 공간을 찾기 어렵다. 선풍기나 휴대용 냉풍기로는 한계가 있고, 냉방 휴게실까지 이동하는 동안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요한 사람 한 명이라도 빠르게 식히자”는 발상으로 인간냉장고가 등장했다.
제조사 역시 이 제품을 휴식 공간이 아니라 더위로 몸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응급 냉각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출시 이후 건설 현장과 골프장, 대학, 레저시설 등을 중심으로 약 200대가 판매됐다.
사진= 트러스코 유튜브 캡처
◆ 내부는 15도…5도 냉풍으로 체온을 빠르게 낮춘다
인간냉장고는 내부 온도를 약 15도로 유지한다. 사람이 들어가 의자에 앉으면 목과 어깨, 머리 쪽으로 5도의 찬바람이 집중적으로 분사된다.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데 효과적인 목덜미를 집중 냉각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바퀴가 달려 있어 공사장이나 행사장 등 필요한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일반 전기 콘센트만 연결하면 사용할 수 있다. 운영 비용은 시간당 약 16엔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제품 가격은 약 150만엔(한화 약 1350만원)에 달한다.
비싼 가격에도 관심을 받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넓은 야외 공간 전체를 냉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위험 신호를 느끼는 작업자가 몇 분만 들어가 몸을 식힐 수 있다면 열 관련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쇼핑몰과 여름 축제장, 스포츠 경기장까지 활용처를 넓혀 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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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시대의 생존 장비…효용과 한계는
인간냉장고는 분명 흥미로운 발명품이지만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열사병을 치료하는 의료장비가 아니라 응급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조 장비다. 의식 저하나 고열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런 제품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한다. 폭염이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재난으로 바뀌면서 냉방 방식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늘과 선풍기만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이동식 냉각 부스, 냉각 조끼, 아이스 베스트처럼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장비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결국 인간냉장고는 단순히 재미있는 발명품이라기보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을 상징한다. 사람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은, 앞으로 폭염 대응 방식도 기존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