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카메라의 진화부터 분홍색 전용차로까지... 꼼수 운전의 종말을 고하는 도로 위 대격변

‘캥거루 운전’이라는 말이 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가 통과하자마자 다시 가속 페달을 밟는 얌체 같은 운전 습관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캥거루의 시대는 끝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지나쳐 온 길 위에서 당신의 속도계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새로운 ‘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던 일부 오토바이와 상습 정체를 유발하던 고속도로의 병목 현상까지, 해묵은 교통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카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월부터 도로 위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새로운 교통 정책들을 샅샅이 파헤쳐 봤다.

보이지 않는 눈, 100m 추적 레이더의 등장

새롭게 도입된 ‘후면 무인 교통 단속 장비’는 기존 카메라와 차원이 다르다. 도로 바닥의 센서로 한순간의 속도만 측정하던 구형과 달리, 이 녀석은 ‘추적 레이더’ 기술을 품었다. 레이더가 단속 지점에 접근하는 차량을 미리 포착해 록온(Lock-on)한 뒤, 카메라를 지나쳐 최대 100m를 더 가는 동안의 평균 속도를 측정해 버린다. 카메라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행위가 완벽하게 무력화되는 것이다.
후면 단속 카메라 (출처=성남시)
후면 단속 카메라 (출처=성남시)


이 카메라가 더 무서운 이유는 인공지능(AI)까지 탑재했다는 점이다. 특히 번호판이 뒤에만 있어 단속이 어려웠던 오토바이가 주요 타깃이다. 과속은 기본, AI 영상 분석 기술로 운전자와 동승자의 헬멧 미착용까지 귀신같이 잡아낸다. 이미 전국의 주요 상습 위반 구간을 중심으로 설치가 확대되고 있어, 이제 모든 운전자는 도로 위 모든 구간에서 정속 주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양방향 무인 단속 장비 방식 (출처=경찰청)
양방향 무인 단속 장비 방식 (출처=경찰청)


오토바이의 두 얼굴, 앞 번호판 시대가 온다

그동안 오토바이는 신호위반, 과속 등 법규를 위반해도 전방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이마에도 ‘주민등록증’을 붙이고 달려야 할지 모른다. 국토교통부가 영업용 이륜차를 대상으로 ‘전면 번호판’ 부착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호위반 하고 있는 오토바이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신호위반 하고 있는 오토바이 (출처=인터넷커뮤니티)


물론 안전을 고려해 딱딱한 철제 번호판 대신, 식별이 쉬운 스티커 형태를 전면 펜더나 윈드스크린에 붙이는 방식이다. 우선 5,000명의 ‘라이딩 가디언즈’를 모집해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효과를 분석해 2026년 본격적인 제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제 오토바이도 도로 위에서 ‘익명’의 존재로 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답답한 고속도로, ‘분홍색 1차로’가 뚫어준다

상습 정체로 악명 높은 고속도로 나들목 부근에도 새로운 해결사가 등판한다. 바로 ‘장거리 전용차로’ 제도다. 경부고속도로 판교~양재 구간처럼 상습 정체가 발생하는 곳의 1차로를 오직 통과 차량만을 위한 길로 지정하는 것이다. 나들목으로 빠져나가려는 단거리 차량과 계속 직진하려는 장거리 차량의 동선이 엉키며 생기는 병목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고속도로 장거리 전용차로 도입에 대한 사업 개념도 (출처=국토교통부)
고속도로 장거리 전용차로 도입에 대한 사업 개념도 (출처=국토교통부)
운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장거리 전용차로는 눈에 잘 띄는 분홍색 차선으로 구분된다. 카카오내비 같은 내비게이션 앱에서도 목적지에 따라 진입 가능 여부를 미리 알려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번 진입하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단속 기술의 진화부터 차선 제도의 혁신까지, 도로는 이제 더 이상 ‘요령’이 통하는 공간이 아니다. 운전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법규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