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터널 속 생존 법칙, ‘과속 유발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

터널 차로 변경은 불법, 이 명제는 과연 진실일까?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정답은 ‘절반만 맞다’이다. 전국의 99.8% 터널에서 차선 변경은 여전히 금지된 ‘과태료의 성지’다. 하지만 최근, 도로 위에서 조용한 혁명이 시작됐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점선’의 비밀, 지금부터 그 진실을 파헤쳐 본다.


나도 모르게 과속하게 되는 ‘터널의 함정’

매일 지나는 익숙한 터널이지만, 사실 이곳은 운전자의 감각을 교란시키는 거대한 ‘인지적 함정’이다. 터널에만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터널은 산을 뚫어 만들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내리막 경사가 숨어있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는 스르륵 올라간다. 여기에 밀폐된 구조 탓에 차량이 만드는 공기의 흐름, 이른바 ‘교통풍’이 뒤차를 밀어주면서 속도는 더욱 붙는다.

단조로운 벽면과 일정한 조명은 속도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웅웅거리는 엔진음은 오히려 실제보다 느리게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고속도로 과속 단속의 28%가 터널에서 발생하고, 작은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불문율’이 깨지다…점선이 허락한 단 10곳

이처럼 위험천만하기에 터널 내 차선 변경은 금기시되어 왔고, 모든 차선은 당연히 ‘실선’이었다. 실선을 넘는 순간, 범칙금 3만 원과 벌점 10점이 날아온다.


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일부 터널에서 차선 변경을 허용하는 ‘점선’이 등장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사고 예방’이다. 속도가 제각각인 화물차와 승용차가 한 차로에 뒤섞여 달리다 보니, 간격 유지가 어려워 추돌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장 터널인 인제양양터널(약 11km)처럼 긴 터널을 하나의 차로로만 달릴 경우,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져 졸음운전의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차로 변경이 허용된 곳은 인제양양터널, 부산 금정산터널, 상주-영덕 고속도로의 일부 터널 등 전국에 단 10곳뿐이다. 이들 터널은 경찰청이 정한 엄격한 기준(일정 밝기 이상의 조명, 구간 과속 단속 시스템, 2.5m 이상의 갓길 폭 등)을 통과한 곳들이다.

결국 운전자의 ‘눈’에 달렸다

이제 터널 운전의 핵심은 ‘암기’가 아닌 ‘확인’이다. ‘터널에서는 무조건 차선 변경 금지’라는 낡은 공식은 버려야 한다. 터널에 진입했다면, 바닥의 차선이 실선인지 점선인지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점선 터널이라도 과속과 무리한 끼어들기는 절대 금물이다. 대부분의 점선 터널에는 입구와 출구의 평균 속도를 측정하는 ‘구간 단속’ 시스템이 98%의 정확도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터널에 진입하기 전 속도를 평소보다 10km/h가량 줄이고, 앞차와의 거리는 2배 이상 넉넉하게 확보하자. 선글라스는 벗고 전조등을 켜는 작은 습관 하나가 당신의 지갑과 생명, 모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