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대 시작? 카니발 하이브리드 정조준한 무서운 신인

지커 믹스(Zeekr Mix)가 국내 도로에서 포착되며 ‘아빠차’ 시장이 그야말로 술렁이고 있다. 기아 카니발이 꽉 잡고 있던 패밀리카 시장에 ‘이런 차는 없었다’ 싶은 강력한 도전자가 등판한 것이다. 단순히 중국산 전기차가 아니다. 문짝이 통째로 열리는 마법 같은 공간 활용성으로 대한민국 아빠들의 마음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커 믹스 B필러리스 슬라이딩 도어 (출처=지커)
지커 믹스 B필러리스 슬라이딩 도어 (출처=지커)


 B필러 실종? 문이 양쪽으로 ‘활짝’

이 차의 핵심은 ‘공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다. 지커 믹스는 전기차 전용 SEA-M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중앙의 기둥(B필러)을 과감히 없앴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운전석 뒤쪽과 조수석 쪽 문이 모두 양옆으로 시원하게 열린다는 얘기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유모차, 캠핑 장비처럼 부피가 큰 짐을 실을 때, ‘아, 기둥만 없었으면...’ 했던 모든 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문이 열리는 개방 폭이 어마어마해 웬만한 미니밴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지커 믹스 실내 (출처=지커)
지커 믹스 실내 (출처=지커)
물론 차체는 카니발(전장 5,155mm)보다 짧은 4,888mm다. 하지만 전기차의 장점을 살려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는 3,008mm로 넉넉하게 뽑아냈다. 덕분에 실내는 광활하다. 앞좌석이 뒤로 180도 돌아가고, 2열 시트가 앞뒤로 크게 움직여 말 그대로 ‘움직이는 거실’을 만든다.

한번 충전에 700km, 힘은 421마력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다. 전기차로서의 기본기도 탄탄하다. 102kWh 용량의 NCM 배터리를 얹은 모델은 중국(CLTC)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무려 702km를 달린다. 물론 국내 인증 기준이 더 깐깐해 실제로는 500km 안팎이 예상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패밀리카로 쓰기에 차고 넘친다.
국내서 포착된 지커 믹스 (출처=유튜브 ‘숏카 SHORTS CAR’)
국내서 포착된 지커 믹스 (출처=유튜브 ‘숏카 SHORTS CAR’)


힘도 장사다. 최고출력 310kW, 약 421마력의 강력한 모터가 거대한 차체를 가뿐하게 이끈다. 여기에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까지 갖췄다. 단 7분 충전으로 100km를 더 달릴 수 있으니, 주말 장거리 여행에도 충전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지커 믹스 측정면 (출처=지커)
지커 믹스 측정면 (출처=지커)

가격은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정면 승부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가격이다. 중국 현지 가격은 약 5,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 들어올 경우, 관세와 인증 비용 등을 더해 6,000만 원대 초중반에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서 포착된 지커 믹스 (출처=유튜브 ‘숏카 SHORTS CAR’)
국내서 포착된 지커 믹스 (출처=유튜브 ‘숏카 SHORTS CAR’)
이 가격대는 정확히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인기 트림과 겹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수십 년간 검증된 ‘국민 아빠차’ 카니발의 안정성과 하이브리드 연비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생소하더라도 압도적인 공간 혁신과 전기차의 파워를 갖춘 ‘신인’에게 베팅할 것인가.

 ‘중국산’이라는 편견, 넘을 수 있을까

지커 믹스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다. 특히 온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패밀리카 시장에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B필러를 없앤 구조가 과연 충돌 안전성을 제대로 확보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커 믹스 측후면 (출처=지커)
지커 믹스 측후면 (출처=지커)
이미 지커코리아는 전기 세단 ‘001’과 SUV ‘X’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며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기에 믹스까지 가세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파격적인 공간 활용성이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