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중고차 사는 시대, 비대면 경매 참여율 94% 돌파
그랜저 제친 의외의 인기 차종부터 AI 가격 산정 시스템까지, 중고차 시장의 놀라운 변화.
롯데렌터카 / 사진=롯데렌탈
중고차 시장의 지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딜러들이 북적이던 오프라인 경매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수천만 원짜리 차량이 오가는 ‘비대면’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거래 방식의 전환을 넘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과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시장을 뒤흔든 세 가지 핵심 변화, 즉 ‘디지털 전환’, ‘수요의 재편’,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해 현재 중고차 시장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똑똑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중고차는 과연 무엇일까?
딜러는 어디로, 스마트폰이 된 경매장
롯데렌터카 / 사진=롯데렌탈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롯데오토옥션의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개장 12주년을 맞은 이곳의 비대면 경매 참여율은 무려 94%를 넘어섰다. 이는 10명 중 9명 이상이 경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차량을 거래한다는 의미다.
손안의 스마트폰이 거대한 자동차 경매장 역할을 대신하면서, 중고차 유통 생태계 전체가 디지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랜저가 1등 아니었나, 진짜 인기 차종의 반전
데이터는 시장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낸다. 지난 12년간 축적된 경매 기록에 따르면, 출품 대수 기준으로는 그랜저가 5년 연속 1위(8.7%)를 차지하며 ‘국민차’의 위상을 지켰다. 하지만 실제 거래 성사율을 의미하는 낙찰률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닝(82.5%), 스파크(80.5%), 레이(78.9%) 등 소형차들이 압도적인 수치로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500만~2,000만 원대 중저가 차량이 전체 거래의 약 70%를 차지하며 시장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디젤 시대의 저물고 친환경차의 부상
차량 동력원의 판도 역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고차 시장의 주류였던 디젤 차량의 비중은 2021년 39.5%에서 올해 초 23.2%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같은 기간 친환경차(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낙찰 비중은 3.8%에서 23.9%로 6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13.7%, 전기차는 9.5%까지 치솟으며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변덕스러운 유가와 유지비 부담이 디젤의 인기를 식게 하고, 친환경차로의 수요 이동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AI가 가격 매기고 배터리 상태까지 공개한다
기술 혁신은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있다. 롯데오토옥션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자동 가격 산정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 책정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더 나아가 전기차 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배터리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고전압 배터리 성능 진단서를 제공,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전기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차량 한 대당 37장의 내·외부 사진은 기본이다.
롯데오토옥션은 12년간 누적 출품 60만 대, 낙찰 39만 대를 돌파하며 국내 대표 경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데이터에 기반한 시장 분석과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 성능과 가격이 검증된 친환경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